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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연평해전 유가족들이 본 천안함

천안함 희생장병의 영결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6일, 유가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것 같은 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2002년 6월 29일.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죠.

바로 그 날 일어났던 제2 연평해전.

그 처절했던 전투에서 전사한 故 박동혁 병장의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두 분은 원래 경기도 안산에 사셨었는데 아들을 떠나보내고, 아들의 흔적이 남은 집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 2003년 무작정 강원도 홍천으로 왔습니다.

비바람만 막아줄 콘테이너를 짓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내 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정권이 두 번이 바뀌었지만, 당시 우리 국민들의 무관심이 큰 상처로 남아 있을 겁니다.

제게 티를 내진 않으셨지만, 국민들이 연평해전을 기억이나 하겠냐고 말씀하실 땐 어딘지 모를 서운함이 느껴졌으니까요.

천안함은 박동혁 병장이 군생활 처음 1년 2개월 동안 근무했던 배라네요.

그래서 부모님들도 천안함을 타보신 적도 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을 제가 어떻게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아버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미쳐 살 텐데.. 미치지 않고는 못 살 겁니다. 46명의 가족 뿐이겠습니까? 살아남은 장병들도, 그리고 가족의 가족들에게도.."

시간도 그렇게 효력 있는 약은 아니었나 봅니다.

아직도 동혁이 이야기를 물으면 어머니는 심장이 뛰시는지 말씀을 잘 잇지 못하셨습니다.

한 번씩 기자들이 와서 이것저것 묻고 가면 보름 정도는 마음이 편치 않으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미쳐 살 수도 있는 유족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분이라 천안함이 침몰한 뒤 지난 한 달은 두분에게도 참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두분은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천안함 장병들의 빈소가 있는 평택 2함대 사령부로 가셨습니다.

다른 전사장병 5명의 부모님들과 함께 가서 유족들에게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을 거란 걸 잘 아시면서도, 동시에 그래도 누구라도 손을 꼭 잡아주는 것이얼마나 큰 힘이 될지 잘 아시기 때문에 천안함 장병들을 추모하는 현수막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습니다.

대부분 "당신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죠.

정말 잊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부모님들은 그 말이 더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떠나보낸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세간의 무관심이 준 상처 때문에 더 사무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영결식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는 또 일상으로 돌아갈지 모릅니다.

그걸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는 다짐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더라도, 인터넷에 작은 댓글 하나로 남겼더라도 그 약속 지키는 것이 남은 유족들에게, 상처 받았던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잔인했던 대한민국의 4월이 가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한 달이 제게 준 교훈들을 정말 잊지 않고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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