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향응·성접대 의혹을 확인하겠다며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가 처음 회의를 가졌습니다. 성낙인 위원장(서울대 법대 교수)은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해쳐 응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검찰에)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필요하면 자신을 포함해 민간위원들이 직접 조사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위원들이 주축인 위원회의 각오가 단단해 보였습니다.
검찰 인사들로 구성된 산하 진상조사단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조사단장을 맡은 채동욱 고검장은 과거 대검 중수기획관 시절 '현대·기아차 비리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구속시킨 바 있는 대표적인 강골검사입니다. 조사단에 참여한 6명의 검사들도 이른바 '독X, 악XX'검사로 유명합니다. 현장에서 뛰는 20여명의 수사관은 산전수전 다 겪은 유능한 베테랑들입니다. 이번 조사를 허투로 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진상규명위원회와 산하 진상조사단이 속시원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또 사건 자체의 성격 때문입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9명의 위원 가운데 외부인사가 7명이나 됩니다. 조사의 객관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파문이 터진지 일주일이 되어서야 겨우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나마도 2명의 민간 위원들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회의는 아흐레 뒤인 5월6일로 잡혔습니다. 위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본래 하는 일이 많은 유명인사들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24시간 온전히 사건에 매달려도 실체를 파악하고 조사를 이끌어나가기 힘든데 일주일여 만에 한번씩 모여서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방향을 논의한다면 과연 실질적인 수사 관리가 가능할까요?
게다가 민간인들인 위원들이 조사에 개입하는 것도 대단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위원회는 ①모든 신문 과정과 진술을 영상녹화해 열람하고 ②나아가 소환 조사자들의 신문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상녹화는 마음만 먹으면 편집할 수 있고 직접 신문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결국 위원회의 활동은 검찰의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확인하거나 추인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진상조사단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건설업자 정모씨가 밝힌 검사 향응 접대는 시기별로 명확히 구분됩니다. 정씨가 범죄방지위원으로 활동하던 83년부터 90년대 초까지, 또 박기준 지검장이 부산지검 형사부장으로 부임했던 2003년 무렵, 그리고 지난해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을 위시한 검찰 간부들과 가졌다는 수차례의 술자리입니다. 우선 MBC PD 수첩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했던 2003년의 접대는 징계시효 3년을 이미 훌쩍 넘겼습니다. 설사 당시 접대가 청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뇌물죄를 적용해본다 하더라도 대부분 공소시효를 지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80~90년대의 접대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설사 검사들이 부적절한 향응이나 성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해도 이를 공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자칫하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루된 검사들의 이름과 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면 조직내 반발이 거세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스폰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어쩌다 함께 식사와 술자리만 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면서 검찰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 내부에서조차 '차라리 특검으로 가는게 낫겠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검찰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해도 국민이나 여론의 요구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괜히 '제식구 봐주기', '은폐 축소' 등의 오해를 사느니 처음부터 외부에 맡기자는 주장입니다. 과거 '삼성 떡값' 특검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진상규명을 외부에서 하느냐, 내부에서 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연루된 검사들을 처벌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관행'처럼 여겨지던 스폰서 문화를 근절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무심하게 받아왔던 향응, 접대가 얼마나 국민들의 마음에 실망을 남기고 불신을 살 수 있는 사안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현실적이면서도 철저한 대책을 내놓는 것입니다.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근절 대책을 내놓는다면 조사 결과와 처벌은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진정성이 배제된 조사요, 수사라면 내부적으로 '마녀사냥'이나 '살풀이'일 뿐이고 외부적으로는 또 하나의 실망거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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