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내 가물었던 하늘이 분향소가 차려진 이틀만에 장대비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서울은 제법 따뜻했다지만 오늘만큼은 백령도의 사월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문하러 온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습니다.
굵은 빗줄기에 40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도 많은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찾아주셨습니다.
광장 한 켠에는 천안함 희생자 추모 사진전이 진행되고 있고 또 다른 한켠에는 포스트잇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글과 근조 리본이 빼곡히 붙어 있습니다.
희생 장병들의 친구도 군대 선후배들이 남긴 글귀도 있습니다.
시민들이 쓴 방명록 한 구절 한 구절 쉽게 스쳐 지나갈 문구들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A4용지로 인쇄한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시인중에 동명이인이 있어 확인해 봤습니다만, 프로 시인의 글은 아니었습니다.
뭉클한 감동이 있는 이 시 한편이 제 마음을 대신 하는 것 같아 오늘 분향소 취재파일은 이 시 한편으로 갈음할까 합니다.
어제 내린 꽃비
정 명 성
솜사탕처럼
뭉게구름처럼
그렇게 피어나기 위해
모진 세월을 지났습니다.
올해도 꽃비는 내렸습니다.
예년에도 꽃비는 내렸습니다.
올 봄에 내린 꽃비
시리도록 처연 했습니다.
꽃잎은 꽃비 되어
바다위로 내려 앉습니다.
바다 위로 내린 꽃비
슬픈 바닷물색입니다.
꽃잎마다 이름이 있습니다.
아들의 이름...
아빠의 이름...
남편의 이름...
연인의이름...
동생의 이름...
친구의 이름...
전우의 이름...
부하의 이름...
상관의 이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름의 이름이 있습니다.
떨어진 꽃잎에는 혈흔이 찍혀 있습니다.
또 다시 저 꽂잎 꽃비 되어 내리는 날
나의 이름 나의 이름 꽃잎에 새겨 지겠지.
죽은 나뭇가지에 뭉게구름 피어오를 때면
어김없이 도지는 몸살
올 사월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이 몸살로 몸져 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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