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많습니다.
초계함이란 무엇인지, 어뢰와 기뢰는 무엇인지, TOD 카메라란 무엇인지.
우리 국민들은 확실히 평균적으로 지적능력이 뛰어나서, 무슨 일이 터지면 대부분이 평균 이상의 전문가가 됩니다.
이런 현 상황이 군사기밀 노출이라는 우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이런 여러 군사장비의 제원 노출보다 더 '아이쿠' 싶었던 것이 군의 보고체계, 명령체계, 즉, 소통체계의 노출입니다.
국방부 장관은 침몰 사고가 난 뒤 52분 뒤에 최초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휘통제실 반장이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을 깜박 잊고 청와대에 먼저 보고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김 장관은 전쟁이 발발하면 1시간 뒤에나 보고를 받을 참이냐"는 '아픈' 말을 김 장관은 유승민 의원으로 부터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19일) 다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이를 부연해서 해명한 것이 참으로 '아이쿠' 합니다.
김 장관은 이날 침몰사고 이후 52분만에 최초 보고를 받은데 대해 "제 잘못이 크다"면서 "부하들과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지휘통제실 반장인) 대령이 저한테 전화하기를 꺼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대령이 전화하기를 꺼렸다'고 하는데, 장관과 대령의 사이가 가깝고, 소통하고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매뉴얼에 나온 대로 보고하면 되는 문제 아니냐"
민주당 안규백 의원 "보고는 군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데 중차대한 위기 상황에서 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을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게 말이 되느냐"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장관이 필요없는 말을 해서 자꾸 추가 질문이 나오게 한다 청와대에도 보고를 한 사람이 직속상관인 장관이 어려워 보고를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참으로, 대한민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국방부 장관의 '착한' 답변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매우 어려워합니다. 뭔가 잘못을 저지르면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뜸을 들이게 됩니다.
반대의 상황에서는 더욱 심합니다. 윗사람이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느낄때는 더더욱.
아랫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이런 한국사회의 인간관계 문화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는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지 못해 사고가 난다는 분석도 한 책에서 읽어 봤습니다.
- 항공기 사고에서 기장과 부기장 간의 블랙박스 대화 녹음 분석결과 였는데, 한국의 부기장들은 기장의 판단에 직설적으로 '그래선 안됩니다' 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래도 될까요?' 정도로 순화시켜 말해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항공사에서는 기장과 부기장의 소통을 단순화 하고 직설적으로 하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김태영 장관의 답변은 어찌보면, 군의 보고 체계라는 틀 안에서 기대하기로는 '기가 막힌' '답답한' 발언이기 그지 없지만, 그것이 정말 '문제'의 실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하간의 소통이 오해 없이 깔끔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항상 뒤끝을 남겨온 오래된 우리 한국사람들의 아픈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서, 결국 국방장관은 초계함이 침몰해도 52분 뒤에 보고를 받고, 사건 보고 시각도 입장에 따라 제 각각이고, 심지어 TOD (열상감지)카메라의 시계도 제각각, KNTDS를 가동하고 있던 천안함 함장의 컴퓨터 시계도 제각각이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천안함 사건에 매몰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중 오늘, 김태영 장관의 '착한' 답변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스쳐갑니다.
김태영 장관의 '착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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