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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와 인연

TED 출장기<9>

                                      사진: TED / James Duncan Davidson

며칠간 쉬었던 TED 출장기를 다시 쓰기로 했다.

제이미 올리버의 TED Prize 수상 얘기까지 했으니 오늘은 강연 직후 제이미 올리버와 만나고, 인터뷰한 얘기를 써야겠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나는 제이미 올리버의 팬이다. 2007년 여름부터 1년간 영국 연수를 하면서 제이미 올리버의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제이미 올리버가 하는 요리는 거창하거나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음식 재료를 테이블에 좀 흘리기도 하고, 손에 뭐가 묻으면 그냥 앞치마에 쓱쓱 닦고 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섬세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편안했다. 

그러다 제이미 올리버가 단순히 요리사가 아니라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호감이 커졌다. 런던에 있다는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에는 제이미 올리버가 문제아 15명을 요리사로 거듭나게 한 사연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가 영국의 학교 급식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얘기도 들었다. 

영국의 어린이 2-15세 가운데 비만 비율이 30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제이미 올리버는 치킨 너겟과 햄버거, 피자, 감자튀김 같은 고지방 고열량 식품이 대부분인 학교 급식에 주목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어린이들에게 먹여야 한다! 제이미 올리버는 영국의 학교에 '급식 혁명'을 일으키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제이미 올리버가 한 영국 학교에서 어린이들의 입맛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다룬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미 오랫동안 고지방 고열량 식품에 길들여진 어린이들은 제이미 올리버 식의 '건강한 식단'을 거부했다.

어린이들은 채소가 곁들여진 학교 급식을 보고 '우웩, 우웩' 하면서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고, 몰래 학교 밖에 나가서 햄버거를 사먹기도 하고, 급기야 '제이미는 떠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기도 한다.

제이미 올리버는 포기하지 않고 충격 요법으로 대응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어떤 재료를 쓰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치킨 너겟은 닭을 잡고 남은 찌꺼기와 껍질, 지방을 섞고 갈아낸 '이상한' 재료에 밀가루와 계란을 입혀 튀기면 완성된다. 바로 눈 앞에서 치킨 너겟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목격한 아이들은 경악하고, 치킨 너겟 대신 신선한 재료로 만든 닭다리 구이를 선택한다. 

제이미 올리버의 급식 개혁 운동은 영국 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 결과, 영국 정부는 학교 급식에 지원을 늘리기로 결정하고, 학교 급식 식단에 정크 푸드를 금지하게 된다. 이 때가 2006년 가을이었다.

2007년 여름부터 1년간 영국에 살았던 나도 은우와 은형이를 영국 학교와 어린이 집에 보내면서 제이미 올리버의 덕을 본 셈이다. 

나는 제이미 올리버의 TED Prize 수상 강연과 이어진 청중들의 참여 열기에서 콧날이 시큰해질 정도로 벅찬 감동을 느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이미 올리버에 대한 호감이 더욱 커진 셈이다.

TED 주최측에서는 제이미 올리버의 TED Prize wish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받을 것이라며, 양식을 나눠줬다. 나는 이걸 받아들고 번개같이 기자실로 뛰어내려갔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기자실에서 제이미 올리버의 인터뷰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제이미 올리버의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는 곳은 많았다. 일단 기자실에서 간단한 Q&A를 한 뒤에  방송을 위한 인터뷰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뉴스 시간까지 여유가 30분밖에 없다는 BBC가 먼저 인터뷰를 하고, 그 다음에 CNN, SBS, ABC, 이런 순서로 하기로 했다.
3월말부터 을 방영하기로 돼 있는 ABC는 제이미 올리버를 밀착 취재한다고 했다.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것까지도 모두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기자들도 제이미 올리버의 강연이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제이미 올리버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기자실의 분위기는 다소 들떴다. 

제이미 올리버는 ABC의 다큐멘터리 제작진, 매니저, TED 홍보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실로 내려왔다. 젊은 나이--제이미 올리버는 이제 34살이다--에 성공을 거둔 유명 인사들이 거드름을 피우는 경우도 많지만, 제이미 올리버는 겸손하고, 유쾌하고, 친근해 보였다.

TED 홍보 담당 로라는 계속 빨리 인터뷰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과 CNN 인터뷰가 끝나자 로라는 제이미 올리버가 빨리 이동해야 하는데 너무 늦어졌다며 SBS와 ABC 인터뷰는 각각 3분간만 하라고 했다. 

3분이라면 너무 짧은 걸.

하지만 로라에게는 알았다고 했다. 인터뷰 몇 분 하느냐로 입씨름 할 것 없이  일단 인터뷰를 시작하면 조금 길어져도 말하는 중간에 끊지는 못할 것이다. 좁은 인터뷰 룸에 여러 사람이 들어와서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내가 질문하고 이정애 기자가 카메라를 잡았다. ABC 제작진은 우리가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촬영할 태세였다.

인터뷰 준비를 하는 동안 제이미 올리버에게 한국 방송국 SBS에서 왔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한국? 거기도 나를 아는 사람이 있어요?' 한다. 

"그럼요, 한국에서도 유명해요. 책도 나와있고, 프로그램도 방영됐다니까요."

"정말이예요? 언젠가 한국에 한 번 가야겠네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제이미 올리버 인터뷰 내용은 다음 포스트에 올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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