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싱턴은 벚꽃축제가 한창입니다. 아니,벚꽃이 지기 시작했으니까 끝물이라고 해야 하나요?
어쨌든 휴일이었던 오늘 워싱턴의 타이달 베이신(제퍼슨 기념관앞의 큰 호수로 호수 주위에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둘러싼 것처럼 말이죠)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출근하기전에 인파속에 섞여서 두 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제퍼슨 기념관에 들어가 미국 건국의 초석(민주주의라는 이념적 기반)을 놓은 제퍼슨의 어록을 다시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이 있는 내셔널 프레스 빌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 기념관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제지하더군요. 보니까 도로가 통제됐고, 저 멀리서 경찰차량들의 불빛이 보이더군요. 그 뒤로는 온통 까만색 차량들이 밀려오는데, 순간 대통령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취임식에 즈음해 오바마를 멀리서라도 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지나가는 차량 속에서 오바마의 모습을 봤습니다. 밖의 인파를 보고는 옆에 앉은 누군가에게 웃으며 말하는 듯 했습니다.짧은 시간이었지만…같이 있던 많은 미국인들이 박수를 쳐대며 환호하고, 그들에게도 대통령의 차량행렬을 보는 게 즐거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사무실에 와서 이런 저런 뉴스를 정리하다 보니 오바마 대통령은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워싱턴의 사우스 이스트(SE) 지역에 있는 앨런 샤펠 교회를 찾았다고 합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 교회가 남북전쟁 당시 건립돼 해방된 노예들에 의해 운영되기 시작한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사우스이스트라는 지역에 더 큰 관심이 가더군요.
사우스이스트는 흑인 동네입니다. 백인이나 저같은 아시아인들은 도통 가기를 꺼리는 곳입니다. 범죄율도 높아서 매주 금요일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되는 일주일동안의 범죄소식란을 보면 살인과 강도,절도가 단연 많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얼마전에는 무차별 총격으로 무고한 시민 4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교회 담임목사는 오늘 설교도중에 "중요한 시기에 대통령이 찾아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는 군요. 저 역시 연수기간 네비게이션에만 의지해서 차를 운전하다 어두워질 무렵 사우스이스트 지역을 지나면서 웬지 모를 어두운 풍경에 잔뜩 긴장하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이 교회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백악관은 이 교회가 방과후 학교, , 전과자 재활 교육 처럼 지역사회 화합을 위한 많은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대통령이 특별한 날 가는 교회를 선택하는데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에 있는 세인트존스교회에서 부활절을 보냈습니다. 1816년 만들어진 이 교회는 지리적 이점때문에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어와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54번 좌석은 아예 대통령 전용 자리라고 하네요.그런 면에서 지난해 오바마의 선택은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올해 선택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합니다.
흑인 대통령이 흑인 밀집지역 교회를 찾아간 것이, 가뜩이나 진보와 보수의 분열 양상이 극심한 상황에서, 보수쪽 백인들의 또 다른 공격거리나 되지 않을까 모르겠습니다. 물론 오바마는 그 정도는 견디고도 남을 만한 이유와 배짱이 있으리라는 짐작도 해봅니다.
대통령, 정치인은 종교를 갖든 안갖든, 또 교회를 가더라도 다 합당한 이유를 갖고 있어야 하나 봅니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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