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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척만"…박 부장에 재판장 질타

회삿돈 1천898억원을 빼돌려 1천억원 가까이 도박으로 탕진한 전(前)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상두(49)씨가 법정에서 재판장으로부터 `반성하는 척만 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2일 서울동부지법 1호법정에서 열린 박씨의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인 제11형사부 정영훈 부장판사박씨에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겉으로는 잘못을 모두 자백하고 뉘우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공범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꿔 진심으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질타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강원랜드를 통해 돈을 세탁해 은닉하려고 하다가 발각된 사실도 있다"며 "빼돌린 돈의 규모와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춰 피고인이 횡령한 돈의 상당 부분을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재판에서 시종일관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무기징역이 구형된 지난달 결심공판에서도 "입이 수천, 수백개라도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평생 뉘우치고 반성하면서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과정과 재판 초기에는 하나은행 직원 김모(50)씨와 애초부터 범행을 공모했다고 진술했다가 함께 재판을 받은 김씨가 한결같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자 말을 계속 바꿔 재판부의 애를 먹였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특경가법상 사기죄의 유기징역 최고형량인 징역 22년6월을, 벌금은 검찰의 구형대로 100억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회사에서 1천898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빼돌린 데다 도박판에서 딜러에게 한 번에 1천만원씩 팁을 뿌리며 `큰 손' 행세를 하는 등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범행 때문에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 주변의 관측이었다.

재판 내내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박씨는 형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이미 체념한 듯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45석의 방청석이 모자를 정도로 법정을 가득 채운 방청객도 예상했다는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이 끝나자 박씨의 가족과 무언가를 상의하던 변호인은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짧게 말하고서 법정을 빠져나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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