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자리잡은 식약청과 질병관리본부 건물 위로 시커먼 연기가 솟았습니다.
5층짜리 질병관리본부 실험동 건물에서 불이 났기 때문입니다.
불이 난 시각은 아침 7시 36분쯤.
2층 '장내세균과' 실험실을 청소하러 갔던 아주머니는 '펑'소리와 함께 불이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다행히 직원들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은 시간.
건물 안에 있던 식약청 직원 3명, 질병관리본부 직원 1명, 그리고 청소용역 직원 3명이 매캐한 연기를 흡입하고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20여분만에 큰 불길을 잡았습니다.
불은 2층 내부 150㎡와 실험장비 등을 태워 8천 5백만원 정도의 피해를 냈습니다.
여기까지 듣다보면 평범한 화재사건 개요로 보입니다. 그러나, 불이 난 대상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우리는 이 본부의 건물과 마크 등을 지난 한 해 동안 지겹게 봤습니다.
신종플루와 관련된 업무와 정책을 총괄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국가 전염병의 연구와 관리, 특수질환에 관한 조사, 진단 및 치료법 개발, 신종 전염병 발생에 대한 대비 등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질병연구관리 기관입니다.
그럼 불이 난 '장내세균과'는 뭘 하는 곳일까요. 위장과 간 계통에 감염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균주를 다루는 곳. 쉽게 말해서 대장균,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같은 식중독 균을 다루는 곳입니다.
'균'이라고 하니깐 왠지 이번 화재로 실험실에 보관돼 있던 균들이 건물 밖으로 퍼져나갔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장내세균과 내 실험 균주는 열로 괴사했을 가능성 크며, 장내세균의 경우 물이나 음식으로 감염되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세균 감염 우려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불에 탄 건물 사이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소방수와 깨진 실험장비들을 보면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습니다.
또한 외국에서 연구용으로 들여온 바이러스와 고가의 실험장비가 이번 불로 소실된 것도 큰 손해입니다.
화재로 건물 전체가 정전돼 당분간 질병관리본부 실험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되지만, 누전의 위험 때문에 복구 작업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불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이번처럼 중요한 국가시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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