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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의 초청장을 받다

TED출장기<5>

나중에 다시 쓰겠지만, TED 참가의 목적은 단순히 강연을 듣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TED에 가서 참가자들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TED에 온다'는 대답이 많았다.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네트워킹'은 TED 컨퍼런스가 개막되기 전부터 이뤄진다. 일단 웹사이트에 참가자로 등록을 하는 것부터가 네트워킹의 첫걸음이었다. 

TED 참가를 위해 출장을 떠나기 전, TED 웹사이트에 회원 등록을 해야 했다. 간단한 신상 명세 뿐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꼼꼼히 적어야 했다. 거주지와 소속 기관, 직책, 성별 등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추가 정보를 올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소개하도록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는 TED의 강력한 '네트워킹' 기능을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프로필에는 'I am:' 이라는 제목 아래 blogger, concerned citizen, connector, journalist, musician, parent, writer/editor, gay, internet guru, Buddhist 등등의 항목을 표시해 놓아, 자신이 해당하는 항목을 고르도록 했고, ‘More about me’ 제목 아래에는 I’m passionate about~, Talk to me about~, People don’t know that I’m good at~ 의 항목이 마련돼 참가자가 어떤 일에 열정이 있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사적인 취미는 무엇인지 등등의 개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돼 있었다. 특히 'Talk to me about~' 항목은 회의장에서 착용하는 배지에 인쇄되는데, 이를 통해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틀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 TED 참가자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다른 참가자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이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 메시지는 TED에서 제공하는 가상 이메일 주소로 보내지기 때문에 개인 연락처 노출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 TED 참가자들의 멤버십은 1년 동안 유효하기 때문에 컨퍼런스가 끝나도 일정 기간 TED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이런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 

컨퍼런스 개막 며칠 전, 발신인이 앨 고어(Al Gore)인, 'Personal Invitation'이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컨퍼런스 기간 중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조찬 세미나를 열 예정이니 언제까지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과거 TED 연사로 참가했던 앨 고어는 올해 TED에 청중으로 왔고, 이 조찬 세미나는 TED가 주최하는 것이 아니라 앨 고어가 TED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것이었다.

또 TED 참가자인 낯선 외국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영국 출신으로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전문직 여성이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TED 톱 텐(top ten) 중 한 명이라며, TED에서 만나지 않겠느냐고 묻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웹사이트를 살펴보니 '당신이 TED에서 만나야 할 열 사람(Ten people you should meet at TED)'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TED는 참가자들이 올려놓은 프로필을 분석해 잘 맞을 만한 사람들을 맺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루 뒤, 내가 자신의 TED 톱 텐이라는 또 다른 참가자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교육 운동을 하는 미국인 남성이었는데, TED가 자신에게 만나보라고 추천해준 참가자들을 초청해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를 만들려 한다고 했다. TED는 컨퍼런스 기간 중 저녁에도 사교 행사가 많지만, 하루는 'Free night'으로 비워놓는데, 이 날 식당을 예약했으니 가능한 사람은 답장을 달라는 것이었다.

TED에 참가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나는 TED 개막 며칠 전부터 조금씩 실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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