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스트립 무용수로 하루 100만 원까지 벌기도 했는데, 예순이 다 된 지금은 참 딱해졌지."
지난 16일 오전 0시5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G 트랜스젠더 바.
손님이 아무도 없는 휑한 바의 구석 테이블에 52세 트랜스젠더 A씨와 40대 중반 트랜스젠더 등 두 명이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기자는 인사를 건네고 나서 성전환자로서 삶에 대해 물어봤다.
사소한 대화를 주고받고 나서 '생활은 어떤가, 보조금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가'라고 묻자 이름 공개를 거부한 A씨가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우리도 생활보장대상자 신청하자. 우리도 어렵잖아"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정말로 많이 어렵다. 조금 전에 통화했던 아는 언니도 지금 나이가 예순인데 상황이 참 딱하게 됐더라. 젊었을 땐 스트립쇼 무용수로 이 세계에서 이름을 날려 하루에 100만원 이상씩 돈벌이를 했는데, 남자를 잘못 만났는지 어쨌는지 그 돈, 다 날리고 남은 건 반지하 단칸방 하나라더라"면서 금세 굳은 표정을 지었다.
A씨는 "그나마 그 언니는 나이 조건이 충족됐는지, 지금은 생활보호대상자로 다달이 얼마씩은 보조금을 받는 것 같더라. 하지만, 내 주변에 그렇게 보조금 받는 언니들은 많지는 않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어떤 곳에 돈이 많은 들어가나'라는 질문에는 "밥 먹고 생활하는 비용은 당연히 들어가지. 그다음 들어가는 것은 호르몬제 등과 같이 일반인들이 돈 쓸 일이 없는 것들이다. 문제는 그렇게 일반인보다 돈 쓸 일이 많은데 돈벌이가 없다는 것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태원 주변에 40~50대 트랜스젠더가 20~30명 정도 머무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2일 같은 곳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B(50)씨는 "의류 모델로 카탈로그 (화보집)도 찍고 좋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게 다 한철이었다. 젊었을 때니까 가능한 일이었다"고만 한 뒤 입을 다물었다.
화려하고 풍성한 머리 스타일에 짧은 치마를 입은 B씨. 그러나 지나가는 남자들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기자의 인터뷰를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바의 사장은 "성전환자들은 나이가 들면 몸도 힘들어지고 정신도 힘들어진다. 보통 40~50대가 되면 다들 형편이 어려워진다. 내가 아는 트랜스젠더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젊었을 때 그렇게 잘 벌어도 돈을 다 모아두지 않으면 말짱 헛일인데, 트랜스젠더들은 일반 사람들보다 씀씀이가 클 수 밖에 없다"라고 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뒤엉키는 이태원 주변의 바 불빛과 네온사인은 화려했지만, 중년의 트랜스젠더 표정은 짙은 그림자 사이에서 어두워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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