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의 11일 과 거사 언급이 올해 강제병합 100년에 접어든 한.일관계의 향후 흐름과 맞물려 주목된 다.
오카다 외상은 11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강제병합을 "한국인들이 나라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이 깊이 상처받은 일"이 라고 규정했다.
그는 나아가 "아픔을 기억하는 피해자의 기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며 "지금부터의 백년을 내다보고 진실로 미래지향의 우호관계를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는 올해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첫 공식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역사를 직시하겠다"고 공언했던 하토야마 민주당 정부가 양국 갈등의 최대 화약고인 과거사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것이냐를 보여주는 일종의 가늠자인 셈 이다.
일단 이번 발언은 과거사를 그대로 외면하지는 않겠다는 하토야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나온다.
내용상으로 과거 일제강점기 행위의 잘 못을 분명히 인정하는 취지 속에서 우리측의 감정을 다독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는게 소식통들의 얘기다.
특히 오카다 외상이 이번 방한기회를 계기로 (일본의 태평양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한 뜻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점을 공식화 한 점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카다 외상으로서는 과거사에 대해 공식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입장 속에서도 한.일관계를 원만히 풀어나가기 위해 '균형잡기' 노력을 시도하는 것 같다"며 "아소나 후쿠다 정권에 비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일보한 입장을 갖고 노력하는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과거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인식에 대해 평가한다"며 "이런 인식이 양국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현안 해결의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올해 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시점에서 나온 일본 정부의 과거사 입장표명 치고는 상당히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작년말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 파문과 일본 고교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표기 파동으로 대일여론이 악화돼있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과거사 불법행위에 대해 보다 분명히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카다 외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도와 교과서 등 현안을 묻는 질문에 직접적 답변을 피한 채 "이 문제가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올해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양국관계를 근원적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보다는 현안을 피하면서 갈등표출을 억제하는 쪽으로만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온다.
오카다 외상은 방한전인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식민지 정책은 당시의 세계에서 보면 일본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른다"는 애매한 발언을 내놔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오카다 외상의 이날 발언은 일본 민주당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긍정론과 양국관계를 근본적으로 발전 시킬 성의있는 조치가 빠져있다는 부정론이 혼재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독도와 교과서 현안이 다시 불거질 경우 양국관계는 언제든지 긴장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올해 안으로 적절한 시기에 무라야마 담화와 같은 형식의 담화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왕 방한 문제는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이지만 현재의 한·일관계 분위기로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과거사 직시 '노력'…현안은 '회피'
"진일보 입장" 평가 속 갈등요인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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