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에 실패하자 가족과 짜고 중국에서 사망한 것처럼 꾸며 5억원대의 보험금을 타낸 40대가 국내에 들어와 신원을 회복하려다 범행 6년여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 일산경찰서는 3일 중국병원에서 사망증명서를 위조, 허위 사망신고를 해 5억2천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박모(49)씨와 박씨의 누나(51) 2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박씨의 부인 이모(45)씨와 보험설계사 고모(48.여)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박씨의 친구 주모(42)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사망진단서를 위조해 준 조선족 박모(45)씨 등 3명의 신원 파악에 나서는 등 공범 4명을 추적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01년과 2002년 3개의 보험을 가입했으나 2003년 6월 보험금을 더 이상 내지 못해 실효됐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한 박씨는 2003년 7월29일 국내로 들어와 미납된 보험금을 내고 보험을 살려 놓은 뒤 이틀 뒤 중국으로 다시 출국했다.
그러다 박씨의 누나는 "박씨가 그해 8월27일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며 중국병원의 사망진단서를 첨부, 경남 밀양시청에 사망신고했고 박씨 누나와 부인 이씨 등 가족들은 보험사로부터 모두 5억2천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영원히 묻힐 뻔했던 이 보험사기 사건은 신원을 되살리려는 박씨의 출현으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중국 칭다오 영사관을 찾아 "한국 사람인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며 자신의 신원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산경찰서는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전해 받은 박씨의 지문을 통해 박씨의 신원과 가족들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사실을 확인하고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박씨의 영화같은 자작극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박씨가 사업에 실패하자 돈을 빌려 쓴 누나, 부인과 짜고 중국에서 사망진단서를 위조해 허위 사망신고를 하고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중국에서 거주하며 보험금을 받은 누나와 부인이 돌보기로 했으나 모두 연락을 끊고 처음 2천여만원을 붙여준 것 외에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6년여간 막노동을 하며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에도 못 들어오고 가족들과 연락도 끊겨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기억상실증 환자 행세를 하며 신원을 회복하려 했으나 결국 틀통났다"고 말했다.
(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