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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동상, 보수만 하면 OK?

"아우, 드러워!"

이순신 장군 동상 내부 내시경 화면을 보고 제가 뱉은 첫마디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화문 광장에 두 눈 부릅뜨고 서 있은지 42년이 지났으니 내부가 깨끗한게 이상한 일입니다만, 사람도 아닌 동상에 내시경을 한다는 사실이 드문데다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이 갖는 상징적 의미로 저를 포함한 많은 취재진이 나왔습니다.

12시. 27미터 높이의 타워 크레인이 광장에 들어서고

1시. 전문가들이 타워 크레인을 타고 수차례 오르내리면서 꼼꼼히 상태를 체크합니다.

2시. 드디어 드릴로 이순신 장군 양쪽 어깨에 지름 2센티미터 구멍을 뚫더니

2시 반. 본격적인 내시경 검사가 시작됐습니다.

내시경은 굵기 6밀리미터, 길이는 8미터나 되는데, 맨 앞쪽에 밝은 불빛이 달려있고 지렁이처럼 꼬불꼬불거리며 잘도 휘어지는 놈입니다.

40만 픽셀 정도의 카메라가 달려있어서 동상 기단 밑에는 19인치 모니터로 결과를 지켜봤습니다.

서울시가 초빙한 동상전문가, 금속재료 전문가 등과 함께 말입니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동상 상태 최악, 긴급보수 필요' 였죠.

8~90개의 조각으로 이어붙여 만든 동상에 부식이 심각해 군데 군데 구멍이 뚫린데다, 기단과 동상을 연결하는 접합 부위를 철심으로 고정한 것이 아니라 시멘트로 마구 덧발라 대충 고정해서 바람이 세게 불면 넘어갈 수도 있답니다. (동상 넘어져서 사람이라도 다치면..어휴..)

그렇다면 부실공사냐, 대충 만든거냐 하면 또 그건 아닙니다.

원래 이순신 장군 동상 자리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세종로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 선포된 자리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4.19 혁명 이후에 이승만 동상이 철거되고 세종대왕 동상이 생깁니다.

그러나 이것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종대왕상을 철거하고 일본인이 두려워할 만한 동상을 세우라는 명령을 받아 철거되고 지금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지게 된 겁니다.

동상이 세워진 건 1968년.

가난하고 먹을 거 없고 말 그대로 먹고 사는게 급급한데 동상 제대로 세울 여력이 있었을까요?

동상을 만들긴 만들어야겠고, 청동을 많이 구하기는 어렵고 하다보니 놋그릇, 전쟁 후 남은 탄피 등등이 재료에 섞어 들어갔습니다.

주물이나 용접 기술도 지금보다는 떨어져서 매끈한 모양새가 되지는 못했다고 하는데요.

당시에 청동 주물을 만드는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고, 지금 동상을 만들 때 흔히 보는 도르래 달린 사다리도 하나 없어서 서울대 교수셨던 고 김세중 작가가 천장 슬레이트를 뜯어 낸 뒤 사다리 하나에서 겨우겨우 작업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 커다란 동상을 만든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상은 처음에 완성이 됐었지만 도로폭이 예상보다 넓어지면서 다시 만드느라 작가가 빚을 갚느라 고생을 했다고도 하는데요.

       

동상에 얽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취재를 하는 동안 지나가던 시민들이 한 마디씩 물으십니다.

대체적으로는 "저거 뭐하는 거여?" 하시지만, "이순신 장군 동상이 문화재도 아닌데 왜 저렇게 공을 들이는 거냐",  "너무 생색내기 식 관리 아니냐" 질타가 이어집니다.

어린 딸을 데리고 구경나오신 어떤 아버지는 인터뷰를 부탁하자 아주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동상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는 건 다들 아실겁니다. 왜 명장군이 칼을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인지 (보통은 왼손에 들고 있다 칼을 뽑죠) 얼굴 생김새가 현충사의 영정과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지, 칼은 일본도라고 하는데 그래도 되는 건지 등이죠. 낡은 것을 보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지 않습니다. 국보나 보물이 아니더라도 의미있게 만든 것을 가꾸는 건 좋은 거니까요. 하지만 이왕 전면 보수를 결정한 김에 그동안 있었던 논란들을 잠재울만한 어떤 행동들도 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뜩이나 철거 요청이 큰 마당에 또 돈들여서 대대적 보수를 한다고 하면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할거 같네요."

동상 내시경 한다고 신기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저의 뒷통수를 딱 때리는 말이었습니다.

이 아버지의 의견에 대한 저의 찬반여부를 떠나서 아예 제가 생각조차 못하고 있던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거리에 나가 취재를 하면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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