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일)은 세계 습지의 날입니다. 아마 그런 날이 있나, 잘 모르시는 분이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갯벌이나 늪 같은 습지를 잘 지키자, 이런 뜻에서 세계적으로 매년 2월 2일을 정해 기리고 있는 겁니다.
습지가 왜 필요하냐구요? 생명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는데, 물과 흙이 함께 존재하는 습지는 그래서 생명에게 큰 힘이 됩니다. 먹이가 될 것이 많아서 알을 낳고 번식하는 작은 생물들의 낙원이구요, 철새들을 비롯해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생태계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강 하구 갯벌은 자연정화 역할도 잘 해주고요, 아, 그리고 돈도 됩니다. 요새 갯벌에서 굴을 양식하는 방법도 개발됐는데, 5년 뒤까지 양식업을 잘 발전시켜서 1년에 1조 원을 벌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습지의 날'은 그냥 '날'일뿐이고, 현실은 매섭기 그지없습니다. 아직도 습지를 그냥 '주인 없는 땅', '노는 땅'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최근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강화도 주변 갯벌입니다. 위에 지도로 표현해 놨지만, 강화도 서쪽은 인천시가 2조 원 넘는 돈을 들여서, 또 남쪽에는 국토해양부가 4조 원 가까운 돈을 투입해서 세계 최대 수준의 조력발전소를 짓는답니다. 인천시 인구의 60%가 쓸 만한 양이 나온다고 하네요.
'세계 최대', 참 멋있게 들리죠? 하지만 좀 아닙니다. 지금까지 세계최대였던 조력발전소는 프랑스의 랑스 발전솝니다. 그런데 이게 언제 지어진 것이냐, 자그마치 1967년에 지어졌습니다. 용량은? 24만 kw, 소양강댐 수준입니다. 새로 짓는 국토해양부의 조력발전은 이 용량의 다섯 배나 됩니다. 그렇다면 프랑스, 영국, 미국 이런 선진국들이 40년이 넘도록 기술이 없어서, 지을 땅이 없어서 랑스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를 세우지 않았을까요? 아니죠, 이유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다가 벽을 쌓고 물을 들어오게 했다가 내보낼 땐 좁은 문으로만 몰아내면서 발전을 하니까, 해상에 댐을 지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랑스 발전소를 짓고 보니 물의 흐름이나 속도나 전과는 많이 달라지면서 갯벌이며 생물이며 엉망이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 이거 아니구나, 생각해서 이제 그런 발전소 안 짓는다는 겁니다. 대신 진척이 있는 분야가 조류발전이라는 개념입니다. 유속이 빠른 바다 속에 프로펠러를 넣어서 조류 흐름에 따라 발전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이 거친 물살로 왜군을 섬멸하셨던 명량해전의 자리, 울돌목에 바로 그 조류발전소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조력발전소를 강화도에다가 저렇게 지으려고 하는걸까요. 정부가 내놓은 답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섭니다. 설명은 조력이라는 친환경 에너지를 통해서 전기를 일으키면 석유 몇 만 톤을 덜 수입하게 되고, 블라블라 합니다. 그런데요, 의심 많은 기자다 보니, 저는 그런 주장이 그대로 믿어지질 않습니다. 제 생각엔 '국토'가 '해양'을 만나서 빚어지는 일로 보이는 건 왜일까요?
지금 국토해양부는 2008년 초, 현 정부와 함께 출범했습니다.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합쳐진거죠. 그래서 '건설교통'은 '국토'로, '해양수산'은 '해양'으로 줄여졌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키는 '국토'쪽이 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가 뭐하는 곳입니까? 뭔가를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뎁니다. 이런 사람들이 '갯벌'이라는 노는 땅이 전국에 벌려져 있는데 그냥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아마 사실은 그동안 하던 대로 그냥 메우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0년간 서울시 면적보다 넓은 우리나라 갯벌의 20%가 그대로 메워 졌거든요. 메우기 전엔 주인 없는 땅이지만 메우고 나면 아파트도 짓는 금싸라기 땅이니까 유혹이 많았겠죠. 하지만 환경단체나 주민 반발도 세고 할 테니 전략을 바꾼게 아닐까요? '신재생 에너지'를 만든다는데, 바다 앞뒤를 막는 것 정도야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또 강화도 위에 짓는 방파제는 유료도로가 돼서 각 섬을 잇는 관광도로가 됩니다. 뭐 여러 가지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되겠죠.
하지만 이 추측이 맞다면, 참 단순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로 대고 그냥 그은 듯한 저 방조제 위치가 그 단순함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여의도 열두 배 넓이의 강화 갯벌은 어마어마하게 피해를 입을 겁니다. 여기에 알을 낳고 번식하는 새우와 연평도 꽃게는 물론이고, 여기에 주로 머무는 저어새 같은 새들과 각종 생물들도 다 마찬가지일겁니다.
갯벌 일부는 천연기념물이기도 하고, 더 재밌는 것은 국토해양부가 조력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는 자리는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보호습지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왼손은 지키겠다고 하는데 오른손으로 내리치는 모양새죠. 앞뒤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오늘부터 일주일 내내 '세계 습지의 날'행사를 열 계획이랍니다. 우리 인간적으로, 지난 세월동안 그렇게 습지를 뒤집어 놨으면, 이제 좀 행사 말고 제대로 된 고민부터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진짜 '습지의 날'을 기리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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