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란 단어는 늘 그렇듯 아쉽고 애틋하고 아련하다.
나는 오늘 아쉬워서 특별한! 특별해서 더 낭만적인! 마지막 겨울 경춘선을 지금 만나러 간다.
[남춘천행 하나요.]
[11시 10분 출발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다기보다, 그곳까지의 여정, 내가 만날 풍경, 사람들.
그리고 나와 함께 해 줄 바로 이 녀석! 서울에서 춘천까지 달리는 기차, 경.춘.선! 1939년에 개통했으니까, 우와~ 올해로 70년이 넘었다.
서울 경! 봄 춘! 이름 안에 들어있는 봄기운 탓일까.
내 마음은 어느새 봄처녀가 된다.
여행의 설레임에 익숙해질 무렵, 기차는 터널을 통과해 드디어 경춘선의 대표적인 이미지, 강변 구간에 접어든다.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경춘선.
아직 녹지 않은 겨울 풍경.
경춘선 기차는 시속 47km! 자동차가 몇 대나 앞서 지나간다.
기분좋은 덜컹거림.
느리진 않지만, 아주 빠르지도 않은 차창 밖 풍경.
그래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아, 행복하다.
기차여행의 필수품, 이게 빠지면 섭섭하다~ 삶은 계란! 이 맛은 기차 안에서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사이다 하나만 주세요.]
세월이 가고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이 맛은 최고다!
[아 맛있다~ 이 맛이야!]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간이역들.
이 역에는 누가, 어떤 추억을 내려놓고 떠났을까.
[와~ 강이다!]
가평역을 출발한 열차는 두 개의 철교를 넘어 북한강을 넘어간다.
북한강을 끼고 달리기 때문에 경춘선엔 유난히 곡선이 많고, 그래서 느리다.
느리기 때문에 훨씬 여유를 즐길 수 있기도 하지만! 기차가 멈춰선 곳은, 경강역.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대라고 해서, 앞글자 하나씩 딴 것이 바로 역이름이 됐다.
이곳에도, 기차가 멈춰 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그래서 기억은 아름답고, 추억은 그리운 게 아닐까.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기억할까.
눈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기억하고 싶다.
[와~ 강촌이다~~]
곳곳에 새겨진, 사랑의 낙서들.
강촌역은 그야말로 연인들의 역이다.
[아~ 좋다~]
1939년 개통시만 해도 역원도, 역사도 없던 이름뿐인 역이었지만 주변의 멋진 풍경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강촌역!
조그만 역사 앞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선로가 단 하나뿐이어서 오는 기차, 가는 기차가 번갈아 시간을 두고 지나가는 철교.
올해가 지나면 다시는 저 다리를 건너 달려오는 경춘선 기차를 마주하지 못하겠지.
지금의 이 시간을 각자의 사연이 담긴 자물쇠 사이에 내 마음도 하나 걸어둔다.
앞으로 종착역인 남춘천역까지는 20여 분.
춘천까지 이제는 1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장장 2시간에 걸쳐 가고 있지만, 왜 이렇게 짧게만 느껴지는 걸까.
오늘의 나 지금의 강촌역.
모두 내 기억 속에 담아 출발~ 경춘선.
봄을 싣고 떠나는 봄날의 덜컹임.
겨울이 가고 봄이 또 찾아오듯 겨울 경춘선은 가도 봄을 품은 경춘선은 새로운 풍경을 담으며 또다시 달리겠지.
그런 기억들이 하나 둘 가슴 속에서 덜컹대기 시작해 내 마음도 괜히 뭉클해지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경춘선은 두고 내리는 소지품이 없는지 살펴보라고 했지만 난 내 마음 하나쯤 두고 내리기로 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다시 만나는 게 이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면서 경춘선은 오늘도 추억과 낭만을 실은 채 힘차게 달린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