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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119구조대, 그대들이 희망입니다

아이티를 가다 (4)

이번에 출장을 가서 가장 먼저 만난 사람들이 119 구조대입니다. 지난 16일 저녁 저는 도미니카 산토도밍고 공항에서 스무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나오는 구조대원들을 만났습니다. 파김치가 돼 나오면서도 그 날로 바로 아이티로 들어가지 못하는 게 서운하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들과 나흘 정도 아이티에서 부대끼면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위 사진은 아무 것도 준비해오지 않은 무대뽀 기자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구조대원과 국제협력단원의 모습입니다. 구조대도 역할분담이 분명해서 현장에 나가는 대원들 외에 남아서 서울 본부와 연락하는 연락조, 그리고 구조대가 돌아오는 즉시 식사를 하도록 하는 취사반으로 나눠지더군요.

사실 아이티로 들어갈 때 저희도 나름대로 먹을 거리들을 갖고 가기는 했지만 빵과 물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희를 가여이 여긴 구조대원들이 하루에 두 끼 정도를 챙겨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대부분이 라면에 즉석 쌀밥이었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분들 말씀대로 '아이티 라면' '아이티 0반'은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취재를 갔다가 돌아오면 마치 어머니처럼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챙겨주던 배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아이티에 도착한 첫 날 저녁 구조대가 첫 출동을 했습니다. 아이티 은행 붕괴현장이었는데요, 미리 사전 점검을 해야 한다는 명목이었지만, 다분히 언론 보도를 의식한 일종의 이벤트였습니다. 갔다가 사진 찍히고 15분정도 있다가 돌아온 것이죠. 그 때는 별로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대한민국 구조대는 남달랐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란 사고는 대부분 경험해서인지 현장에서 일하는 게 다른 나라 구조대와는 격이 달라 보였습니다.실제로 완파된 몬테나 호텔 책임자는 "생존자는 못찾아도 좋으니까 대한민국 구조대가 이 곳에 매몰된 시신들을 가능한한 많이 좀 찾아달라. 당신들이 제일 믿음직하다."고 애원했을 정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아이티에서 구조대원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현장에서 한 달동안 구조대원들과 부대꼈던 기억이 새롭더군요. 이렇게 능력이 걸출한 구조대가 취재진들마저 살뜰하게 보살펴 주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구조대원들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중국 쓰찬성과 인도네시아 지진 현장에 가서도 기자들을 만났습니다. 기자들도 독종이예요. 위험하다고 해도 현장을 찍겠다며 따라 들오더군요. 아예 우리한테 합류해서 내내 구조대 행세하며 하루 24시간을 같이 한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기자들이나 저희나 하는 일은 다르지만 외국 재난현장에서만큼은 동료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얻어 먹는 저희들 덜 무안하라고 한 얘기겠지만 그래도 고마웠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우리 구조대가 너무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는 겁니다. 아이티에 도착한 날이 17일이니 지진이 나고 이미 닷새나 지난 뒤였고,실질적으로 현장에 투입된 것은 18일입니다. 물론 어제(27일)도 기적처럼 생존자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구조대 표현에 의하면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이미 다른 나라 구조대가 선점을 해버린 겁니다.

고생해서 아이티까지 왔는데 이왕이면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찾아냈다면 국위도 선양하고 구조대도 보람이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중국은 자국인들이 피해를 입어서인지 지진 발생 다음날인가 전세기 편으로 구조대를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구조대는 전세기는 커녕 비자 문제로 최단거리인 미국 경유도 못하고 스페인과 에콰도르를 거치는 최장거리 비행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정부나 정치권이 다음에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참고했으면 하는 대목입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모든 구조대원들의 탄식이었습니다.







구조대와 취재진이 도착한 곳은 아이티 현지에 발전소를 세우려는 한국인 소유의 이파워 공장부지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아이티에 파견된 미군들도 이 곳에 주둔해서 사흘을 같이 보냈습니다.

치안 부재를 제목으로 흉흉한 소문이 나돌던 시기여서, 미군과 같이 보내는 사흘밤은 웬지 모르게 든든했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사흘 뒤 포르토프랭스 도심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미군은 텐트를 치지 않고 말 그대로 노숙하더군요.

구조대 얘기를 하다 보니 구조대(혹은 의료지원단)를 지원하러 나온 도미니카 대사관 얘기를 안할 수 없군요. 최모 참사관이라는 분 혼자서 구조대, 의료지원단 지원을 담당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도미니카 대사관 직원이 4명인가 있다는데, 한 구조대 간부 얘기로는 "저 양반은 진짜 운없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바빠 보였습니다. 아이티 현지와 구조대, 의료지원단을 연결해주고, 차량 지원, 가이드 배정같은 것들을 혼자서 챙기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분에게 무슨 배려를 바라서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 것도 재난이 일어난 이국땅에서 만난 같은 한국사람으로서는 조금 서운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죠.

다만 구조대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공무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나온 기자들이나 일반 병원 의료지원단의 경우에는 "우리가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특히 기자들은 안전 문제를 너무 소홀히 하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을 약간 공격적으로 하는 인상이었습니다.

아이티를 떠나기 이틀 전에 현장에서 만난 강성주 주 도미니카 대사는 "숙소,안전 문제같은 것들을 직접 챙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여행제한구역인 이 곳에 안와주셨으면..."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최참사관의 무뚝뚝함에 살짝 기분이 상해 저역시 무뚝뚝함으로 대하기는 했지만, 그 양반 혼자서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 있으면서 늘 문을 닫고 있다는 게 기분이 안좋아 새로 오는 다른 기자들에게 살짝 씹기는 했지만, 현지 외교부 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며 멀리까지 날아드는 마음 고운 한국인들을 모두 책임질 수 없는 역량의 한계에 버거워하는 모습은 일부 엿보였습니다. "(오지 말라고)말릴 수도, (왔다고)다 도와줄 수도...(없는...)" 이게 아이티 현지에 파견된 주도미니카 한국 대사관측의 정확한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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