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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눈물 범벅'…뉴욕의 아이티 교회 탐방기

뉴욕에 특파원으로 부임 와서 짐도 다 풀기 전에 아이티 지진이 터졌습니다. 허겁지겁 이곳에서 종합한 외신들을 서울에 전하다보니, 어느새 첫 주일이 다가왔습니다. 뭔가 뉴스에 기여할 방법이 없을까 찾다가, 뉴욕에 아이티인들이 많이 산다는데, 그들이 모이는 교회를 찾아가보면 어떨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맨하탄 동남쪽 브루클린에는 아이티인들이 많이 모여 삽니다. 당국에 기록된 뉴욕일대 아이티 인구는 15만을 좀 넘는 정도지만,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4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산입니다. 뉴욕은 마이애미와 함께, 아이티인들이 해외에서 가장 많이 모여사는 곳 중 하나라고 합니다. 평소 종교활동에 열심인 국민성은 해외에 나와서도 변하지 않았는지, 브루클린 아이티인 밀집지역에는 네 블록마다 한 개 씩 교회가 있습니다. (한국 기준으로는 많은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미국 기준으로는 굉장히 많은 겁니다.)

그 중 한 곳을 찾았습니다.  아이티인 상공회의소 청년들과, 교회 청년회 젊은이들이 '너는 누구냐' 묻지도 않고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예배당 정면에는 독특한 느낌의 풍경화가 걸려있었는데, 아이티인 화가가 고국의 풍경을 생각하며 그린 것이라 했습니다.

무대위에는 밴드가 올라가 있었고, 거의 시작부터 노래가 거의 끊이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일어선 채 노래를 같이 불렀습니다. 화면으로만 보아왔던 흑인교회 특유의 '노래와 함께 하는' 예배였는데, 아프리카 출신 미국 흑인들의 예배와 카리브해 출신인 이들의 예배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두 손을 하늘로 펼쳐 들고 춤을 추며 찬송가를 따라 불렀습니다. 처음에 흥겨운 노래일 때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 호소적인 노래들로 넘어갈수록 통곡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습니다.

콘서트장처럼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무대 위에서 선창을 한 데다, 교인들 모두 흑인 특유의 몸을 울려나오는 음성으로 노래를 토해내자 그 에너지로 인해 제 온몸이 다 울렸습니다.

이날 2시간여동안 예배 모습을 취재하면서, 가장 뇌리에 깊게 남았던 것은 이들의 노랫소리였습니다. 영어, 프랑스어, 크레올어 세 가지로 섞어 부르는 노래는 가사는 알 수 없었지만,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냥 제 휴대폰으로 찍은 어설픈 동영상이지만, 조금이나마 여러분들과 같이 들어보고 싶어 올려봅니다.

                   

나중에 사무실로 돌아와 8시 뉴스용으로 제작할 때에도, 가급적 현장의 '소리'를 많이 들려주고자 애썼습니다.

1분20초의 짧은 시간 안에서 포르토프랭스 현지의 기도 모습 등 다른 영상까지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았지만, 느낌의 일부나마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류의 기사에서 기자가 미주알 고주알 설명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사실 방송에 나간것 대비 절반도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 8뉴스 "신이시여, 아이티를 구하소서"…산 자의 '눈물' 다시보기

아이티 흑인들의 노래 예배 모습을 보고 있자니까, 이들에게 교회는 우리의 노래방 같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소리쳐 노래를 부르면서 가슴속 응어리를 마이크에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얼굴은 참 순박하게 생겼으되, 삶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예배 뒷부분에 헌금을 받는데, 빳빳한 지폐나 1백불 지폐는 볼 수 없었습니다. 하나같이 꼬깃꼬깃 구겨지고 접힌 1불, 5불짜리..어쩌다 20불짜리가 가물에 콩나듯 보일 뿐이었습니다.

미사 앞뒤에는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티의 가족 ,친지가 실종된 사람'을 찾느라 애를 먹었는데, 조금 지나 "외국 기자가 인터뷰 왔다"는 소문이 나자,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줄을 섰습니다. 이들의 얘기는 하나같았습니다. "우리 동네에 연락이 두절돼서 사람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다. 당신들이 좀 가서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30대 남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직접 가서 친척들을 찾아보고, 도와줄 생각은 없는가?"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내가 가버리면 아내와 어린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가."

아주머니들은 아이티까지 갈 만한 목돈도 없고, 간다 한들 자기네가 포르토프랭스까지 들어갈 수단도, 재간도 없다며 탄식했습니다. 이들은 그저 외국 구조대가 자기네 동네에 먼저 가서, 자기 가족들을 찾아주기를 기대할 뿐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브루클린 지역의 정치인들이 연단에 올라와 한마디씩 했습니다.

어느 지역의원(백인이었음)은, "미국이 2차대전 후 유럽에 했던 것 이상의 마샬 플랜을 아이티에 해줘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순박한 아이티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저는 '어차피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닌거, 세 치 혓바닥을 놀려 표나 얻으려 하는구나' 싶어 좀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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