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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빚부담 6년 만에 최고…"상반기 걱정"

가계부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가계부채를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이 명목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을 감안한 실질가격 기준으로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게다가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중 가계부채 부담이 가계 부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체감 부채비율 80%…6년만에 최고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실질 가계부채(가계, 개인사업자의 대출 및 판매신용)는 436조1천억원이었다.

이는 9월 말 기준으로 계산한 직전 1년간 실질 가처분소득의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6월 말 기준과 3월 말 기준으로 실질 가계부채를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약 81%였다. 명목 기준으로 계산한 가계부채 비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실질 가계부채는 부동산 가격과 주가지수를 디플레이터로 삼아 명목 부채를 가공한 수치이며, 실질 가처분소득은 일반물가를 디플레이터로 삼아 계산된 수치이다.

부채와 소득의 규모를 단순 비교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 가격의 등락에 따라 대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빚 부담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명목 가계부채가 10% 줄었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15% 하락했다면 실질 가계부채는 5% 늘어나 실제 느끼는 빚 부담이 그만큼 무거워진다는 개념이다. 명목 가처분소득이 5% 늘었더라도 일반물가가 10% 상승했다면 실질 가처분소득은 5% 줄어든게 된다.

지난해 실질 가계부채 비율은 2003년 1분기(83%)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02년 1분기 77%에서 2002년 4분기 85%까지 올라갔던 이 비율은 점차 하락세를 보이면서 2006년 4분기~2007년 3분기 71%에 머물렀다가 다시 상승해 80%를 넘었다.

체감 빚 부담이 무거워진 것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소득의 증가 속도가 둔해진 반면 가계의 부채는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5년과 2006년 10% 이상 올랐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1.6% 상승한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체감 빚 부담이 늘면서 향후 금리가 오르면 가계가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김용선 차장은 "앞으로 금리가 많이 올라 과거 수준으로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며 "가계가 부채 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가계 '빚잔치' 걱정된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면서 과연 언제쯤 부채 문제가 본격화할지가 걱정거리다. 빚을 지고 있더라도 금융회사가 당장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채 문제가 현실로 드러나는 데는 다소 시일이 걸린다.

한은 김용선 차장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가계대출 부도율이 실질 가계부채 비율보다 대략 2~3분기(6~9개월) 시차를 두고 늦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대출규모가 큰 6개 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ㆍ농협)의 가계대출 부도율과 실질 가계부채 비율의 시차 상관계수를 계산했다. 상관계수는 3분기(9개월), 2분기(6개월), 4분기(12개월)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처분 가능한 소득으로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하는 부담을 보여주는 실질 이자지급비율 역시 가계대출 부도율과 2~3분기 시차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 말 실질 가계부채 비율이 연간 81%로 일단 고점을 찍었다고 가정하면, 올해 1분기 또는 2분기 중 당시의 높은 가계부채 부담이 실제 부도로 연결될 공산이 가장 크다는 뜻이다.

앞서 연세대 함준호 교수는 전국의 대출자 2천210만명의 소득과 대출 현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던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올해 3분기까지 분기마다 13~17조원 상당의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온다고 예견했다.

그는 "이 때가 대출자들의 '차환위험(만기 연장에 실패하거나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돈을 조달해 갚아야 하는 상황)'이 가장 높을 것"이라며 "결국 주택 등을 매각해 빚을 갚을 경우 주택가격 하락으로 차환위험이 더욱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득과 원리금 규모를 비교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를 넘어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는 대출금의 만기는 올해 2분기에 6조3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1분기와 3분기가 4조7천억원씩이라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계가 올해 상반기 중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만 12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문가들 "부채비율 상승 부담 크다"

전문가들은 가계소득 대비 부채의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일부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계속 올라가고 있어 금리가 상승하면 저소득 가계부터 빠르게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KDI) 허석균 연구위원도 "가계의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있고, 소득에 비해 이자 부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올해 상반기에 가계부채 만기가 집중된다면 부도율을 낮추기 위한 금융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만기를 연장할 때 가산금리 부담을 적게 하는 데 당국과 은행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장차 소득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진 것은 위험 요인이지만, 올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난해보다는 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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