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동 성폭행은 최악의 범죄입니다. 조두순에 대한 국민감정이 그렇고 미흡하지만 법원의 판결도 같습니다. 그러나 조사과정은 여전히 미숙합니다. 반복조사로 피해아동은 두번 세 번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한승구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겨울 일어난 이른바 조두순 사건.
8살 어린이를 무자비하게 때리고 성폭행해 장애까지 입혔다는 충격적인 범행 사실에 온국민이 분노했습니다.
조두순은 12년 형을 확정받고 청송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사건 수사 과정을 검토한 결과 심각한 문제점이 있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네 차례나 이루어진 반복적인 진술 녹화.
[이명숙/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 한 번은 아예 녹화가 안 되서 두 번째는 녹화는 되었는데 목소리가 녹음이 안 되서 세 번째는 목소리는 녹음이 되었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서 각각 세 번, 그래서 다시 해서 4번째 마무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와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3천만 원의 손해 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검찰은 실제 녹화는 4번이 아닌 2번만 진행했다고 주장하는 등 발표 내용이 과장됐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성의 부족으로 아이가 더 큰 고통을 겪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진술녹화제가 도입된 게 2004년.
그러나 여전히 많은 피해 아동들이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한 달 전에도 했었는데 또 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뭐 옛날에 했던 얘기 또 지금 여기서 해봤자 그 다음에 또 해야 될 수도 있다는 생각들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진술을 충분히 안 한단 말이에요.]
아이들의 경우 진술을 반복할수록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범행 입증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사건을 진술하면서 당시의 감정이 함께 떠올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6년 전 유치원에서 성추행을 당했던 4살 이모 양.
경찰이 사건을 다른 관할서로 이첩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테이프를 넘기고 이 양의 진술이 담긴 진짜 녹화 기록을 지워버리면서 세 번이나 녹화를 다시 진행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달 이 양과 부모에게 위자료로 6백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윤상/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 어머님들께서는 사실 그런 말씀까지도 하시더라고요. 누가 고소를 한다고 그러면 나는 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겠다. 이런 말씀까지 하실 정도로 오히려 자신의 그런 피해를 좀 적극적으로 극복해보고자 했던 시도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주는 그런 결과를 남기는 경우가 되는 것이죠.]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아동 성폭행이 일어나면 엄격한 요건 아래 한 번만 녹화를 한 뒤 계속 증거로 채택합니다.
우리도 아동 성범죄의 경우에는 경찰과 검찰, 법원까지 가는 현재의 사법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이 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또 그것도 모자라서 저 기관에 가서 또 조사를 받고 비디오 테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녹화를 또 해야 되는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법정으로 출두를 해서 진술을 해야 되는 이런 종류의 문제를 줄일 수 있는 거죠.]
최근 변협과 의사협회는 피해자들을 위한 무료 상담이나 의료 지원 등을 하기로 하고 향후 대책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아이를 두 번 울렸던 수사, 재판 절차가 이번에는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이 두 번 죽이는 악몽…미숙한 성폭력 조사과정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