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올해도 이제 열흘 남짓 남기고 송년회가 한창인데 과음으로 사고치기에도 딱 좋은 시기입니다. 연말을 맞아서 잘못된 음주문화 실태를 짚어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보통 술에 취해서 저지른 행위는 좀 너그럽게 봐주는 관행이 있는데 이런 문화가 쌓여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첫 순서는 박상진 기자입니다.
<기자>
늦은 밤 서울의 한 경찰 지구대.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다 연행된 남성이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발길질을 합니다.
의자를 끌고 경찰관에게 돌진하려다 제지 당하기도 합니다.
충북의 한 지구대에서는 50대 남자가 알몸에 오물을 묻히고 행패를 부립니다.
연말이면 지구대마다 취객들 때문에 수난을 당하지만 음주 소란 이외의 잘못이 없는 한 10만 원 안팎의 범칙금을 물리는 게 전부입니다.
[경찰 관계자 : 정상참작을 할 사유가 있거나 아니면 그럴 경우에는 직접 형사 입건하는 것은 아니죠. 경범죄 중 금액이 적은 범칙금 쪽으로(처리하죠).]
현행범으로 체포해 즉결 심판에 넘기는 미국 등에 비하면 약한 처벌인데, 술에 관대한 문화가 법에도 반영된 결과입니다.
술집 종업원들은 취객들의 주정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윤병조/주점 종업원 : 술 마시고 실수하시는 분들 간혹 계시는 데, 뭐 경기도 어렵고, 그러니까 솔직히 사람이 나쁘지는 않잖아요. 술에 취하시면 취하신 거지….]
직장에서는 회식 다음날 업무에 차질이 생겨도 눈감아 주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직장인 A 씨 : 회식자리에서는 술 많이 먹는 것이 미덕이고, 그에 따라서 아침에 늦게 나온다거나 그런 것들에 대해선 아무래도 관대하죠.]
그러다 보니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도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핑계까지 통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놀이문화 없이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걸 당연시 하는 풍토 속에 음주문화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최준식,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