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지난 13일 한 시위자가 던진 조각상에 얼굴을 맞은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밀라노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한 뒤 마시모 타르타글리아(42)라는 남성이 던진 두오모 성당의 모형 조각상에 맞아 코뼈 일부와 치아 2개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뒤 '동정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가 얼굴에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향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TV를 통해 보도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폭력행위를 일제히 비난하면서, 최근 베를루스코니의 스캔들을 둘러싸고 고조된 정치적 증오를 자제해야 한다며 '자성론'을 폈다.
좌파 성향 신문인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 13일 있었던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공격은 "퇴보한 이탈리아의 정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친구든 적이든, 같은 정당 소속이든 반대당이든 간에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무조건적인 연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를루스코니의 스캔들을 집요하게 비판해왔던 라 레푸블리카는 또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은 바로 자유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탈리아 국민들은 그런 정신나간 행동에 맞서 일어서야 한다"고 밝혔다.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역시 "정치적 증오는 한번 고삐가 풀리면 길들이기 매우 힘든 괴물"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우파 신문 일 조르날레는 이번 폭력행위를 "미친 짓"이라고 표현하면서, 공격한 남성이 중도우파 그룹 내 불만세력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격 이후 동정론이 일면서 최근 하락세에 있던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미 고조될대로 고조된 정치적 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았다.
피렌체 지역 신문 라 나치오네는 머리기사의 제목을 '증오의 시대'로 정하고 지나친 정치적 갈등의 확산을 우려했고, 로마에서 발행되는 보수성향 신문 일 템포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증오의 분위기가 파괴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잇따른 섹스 스캔들과 천문학적 규모의 위자료가 걸린 이혼소송, 탈세와 회계부정,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 마피아 연루설 등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던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의 첫 반응은 우호적인 셈이며, 앞으로 여론의 향배에 따라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런 점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첫 밤을 보낸 뒤 14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신문을 찾았다는 병원 대변인의 발표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제네바=연합뉴스)
조각상 피습, 베를루스코니에 '호재'되나
이탈리아 언론 "정치적 증오 자제"…총리에 동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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