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1년을 맞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큰 시련을 맞았습니다.
금융위기에서 비롯한 경제난은 언제 풀릴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이라크와 아프간의 미군들은 반미세력의 공격에 끝없이 희생자를 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라크 파병을 앞둔 미군기지에서 총기난사사건으로 12명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두 곳을 공화당에 빼앗겼습니다.
금융위기 직후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G-20회의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듯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 달러 움직임, 그러니까 달러가 맡아온 국제결제 통화기능을 맡을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위기타개를 위한 해법에 나라마다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일본의 정권교체 이후 민주당 정권은 종전의 대미일변도 노선에서 탈피하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미국을 경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이즈미 정권시절 밀월시대와는 격세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안팎으로 쌓여있는 난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오바마가 처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지난달에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되자 무엇을 했다고 상을 받느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했지요.
미국의 이런 상황을 보면서 20년 전 소련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른바 동구의 몰락이지요.
1980년대 후반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의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생필품을 사기위해 두, 세 시간씩 줄을 서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올랐습니다.
이때 소련의 최고지도자에 오른 고르바초프는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즉 개혁과 개방을 추진했습니다. 80년 침공이후 질곡에서 헤매던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군했습니다.
그 뒤 헝가리를 필두로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같은 나라에서는 자유선거가 실시됐습니다.
고르바초프는 노벨평화상을 받았지요.
하지만 그 뒤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거대한 물결이었습니다.
먹고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은 서방 국가로 탈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작은 균열에 불과했지만 한번 뚫린 둑은 결국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됐고 동유럽의 공산당 정권은 차례차례 무너졌습니다.
소련 즉 소비에트 연방은 해체되고, 민족 갈등이 폭발했습니다.
얼마 전 베를린 장벽 해체 20주년을 앞두고 고르바초프는 당시 군부는 무력진압을 주장했지만 자신이 막았다고 말했는데, 결국 그의 결정은 냉전의 종말을 앞당긴 셈이 되겠지요.
이런 혼란이 가라앉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옐친시대의 혼란을 거친 러시아는 푸틴의 집권이후 석유를 바탕으로 경제를 어느 정도 재건해서 BRICS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눈을 다시 미국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수렁,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정치노선의 전환, 동맹국의 이탈 조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흐름은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미국의 몰락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1980년대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등장했을 때도 미국의 몰락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빗나갔지요.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국 패권시대에 변화가 불가피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망가진 부분을 수리해서 둑을 유지할 수 있을지, 봇물이 터질지는 내년쯤엔 판가름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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