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라는 경고가 있습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통일 외교분야를 맡은 기자들이 특히 귀담아들어야 할 말입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이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위해 복선을 깔고 이야기하거나, 상황을 왜곡시키는 것을 간파하고 극복하라는 뜻입니다. 관료의 논리를 넘어서지 못하면 정부와는 다른, 객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균형감 있게 전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SBS 뉴스는 지난 21일 남북한 고위인사의 비밀접촉설을 보도하면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비밀접촉설의 내용은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우리 측 고위인사와 만나 남북정상회담 문제를 협의했다는 것입니다. 뉴스는 "최근에 통일부 고위 관리가 북경 등으로 출장 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는 통일원 부대변인의 말을 강력 부인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통일원 부대변인의 말은 접촉설 자체에 대한 부인이라기 보다는 우리 쪽 고위인사가 통일원 간부는 아니라는 설명일 뿐입니다. 비밀접촉설에 대한 통일원의 코멘트는 이와 같이 뒤를 열어두고 있는데, 뉴스는 정부가 깔아 놓은 복선을 간파하지 못하고 강력한 부인으로 해석했습니다. 비밀접촉설이 사실로 드러난 지난 23일 뉴스는 북한 핵 폐기문제의 정상회담 의제 포함 등에 대한 이견 때문에 '결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남북한 고위인사의 접촉은 남북 정상회담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한차례 만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협상의 '결렬'은 아닙니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때 협상 당사자들은 전략상 자신의 주장을 절대로 굽히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과시하며, 분위기를 경색시키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언론이 이런 분위기를 결렬상태로 읽는다면 상황의 핵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결렬이란 교섭이나 회의에서 의견이 합쳐지지 않아 각각 갈라서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결렬이 되면 이에 따른 행동이 나와야 합니다. 남북관계, 국제관계, 심지어 국내의 정치 경제 등 모든 협상에서 당사자들이 "결렬"이라고 공식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뉴스가 앞질러 결렬이라고 보도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날 뉴스는 북한의 진정 성이 확인돼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정부의 방침을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결렬'이라는 해석은 더더욱 적절치 않습니다.
"아직 북한의 의도가 불투명하며 핵 포기 결단을 내렸다는 징후도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핵이라는 카드에 대한 북한의 집념으로 보아 핵 포기가 정상회담의 전제라면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의 말이 핵 포기 결단이 분명해져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핵 포기 결단을 촉구하는 대 북한 압박의 계속일 뿐인지에 대해 분석하는 뉴스가 필요합니다.
지난 25일 뉴스는 미국 뉴욕주가 올해 발급한 자동차 등록증과 차량 검사증 스티커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자동차 스티커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미국 제조업의 붕괴를 개탄하는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그 동안 파생 금융상품을 만들어 번영을 구가했던 미국 경제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통찰하게 만든 뉴스였습니다. 지난 23일 뉴스는 도박판 판돈의 일부로 로또를 사서 당첨되면 나눠 갖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세금을 뺀 1등 당첨금 36억 원을 혼자 챙기려던 40대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그런데 이 약속 지켜야 하는 걸까요. 아닐까요?"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약속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데,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이런 경우 사기죄가 성립되는 지와 경찰이 무슨 근거로 이 남자를 붙잡아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는지에 초점을 맞췄어야 합니다.
지난 24일 SBS 뉴스는 국회 국정감사 결과를 정리하면서 호통과 파행, 그리고 정쟁의 연속이 올 국감에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호통과 파행, 정쟁 등은 국정감사의 겉모습입니다. 겉모습 보다는 내용, 다시 말하면 국정의 어떤 부분이 파헤쳐졌으며, 어떻게 시정되고, 정부 쪽에 어떤 책임을 물었느냐 하는 것을 정리하여 보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6일 뉴스는 기피시설인 정수 장이 예술적인 감각을 살린 휴식공간인 호수공원으로 재 탄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정수 장이 하던 기능은 어디서 하고 있는지를 함께 밝혔어야 합니다. 27일 뉴스는 전국 4대강 유역에 설치될 16개 보를 지리, 역사적 특성을 반영해 환경친화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를 어떤 형상으로 만들 던, 그리고 그 위로 아무리 전망대가 건설되고, 자전거 길을 만들더라도 결국 물의 흐름을 막는 콘크리트 더미일 뿐입니다. 정부가 무엇을 가지고 친 환경적이라고 설명하는지, 친환경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뉴스가 필요합니다.
SBS 뉴스는 지난 22일부터 '신 대가족' 시리즈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한 가족처럼 살아가는 공동체 마을, 대 가족의 좋은 전통을 잇는 종갓집들, 육아와 교육을 이웃간의 품앗이로 해결하는 마을 공동체, 가족과 떨어진 사람들이 가족처럼 모여 사는 '비 혈연 가구', 다문화 가정의 문제를 풀어가는 대가족과 지역 네트워크… 우리 사회의 붕괴를 막고, 건강하게 지탱해 줄 공동체 의식이 싹트고 있음을 보여 준, 바람직한 시리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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