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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 해결되면 애 낳을까요?

요즘 누가 셋째 아이를 낳았다고 하면 다들 이렇게 말합니다.

"몰랐는데 집안에 재산이 많나보네." 아니면 이렇게 말하죠. "대단한 애국자구나."

저는 아이가 둘인데, 솔직히 버겁습니다. 둘째 아이를 키우는 것이 대단한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셋째 아이는 꿈도 못꾸죠.

맞벌이를 하는 처지에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걸림돌은 '보육'의 문제입니다.

아기는 24시간, 좀 자라서 유아나 아동이 돼도 자는 시간 10시간 뺀 14시간은 돌봐줘야 하죠.

그런데 대부분 직장에서 10시간 넘게 일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산술적으로 4시간 밖에 봐줄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시간은 친정 어머니와 같은 집안 어른이나 친척의 도움을 받거나, 보육 도우미를 쓰거나, 보육 기관에 맡겨야 하죠. 그런데 누구나 알다시피 셋 다 쉽지 않죠. 집안 어른들은 가까이 계시지 않거나 너무 바쁩니다.

보육 도우미는 웬만한 재산가 아니라면 비용의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보육기관인데요, 내 요구에 딱 맞으면서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을 찾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초구가 내놓은 '아이누리 프로젝트'는 꽤 솔깃한 사업입니다.

먼저 5대 권역별로 대규모 종합 보육시설을 5곳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보육시설과 보육정보센터, 시간제 보육실, 놀이체험장, 공연장 등 영·유아 전용시설을 두루 갖출 계획입니다. 의사, 간호사를 상주시켜 철저하게 관리를 하겠답니다.

이보다 작은 규모의 영유아 보육시설도 동별로 촘촘하게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학교복합화시설이나 용도 폐기된 동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한다는 복안입니다. 여기에 기존 보육시설에 '0세반' 운영을 확대하게 하고, 밤 10시까지도 맡아주는 곳도 늘리기 위해 구가 근무비와 인건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아울러 1세 이하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필수예방접종 비용은 전액 무료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세자녀 이상의 가정에는 총 80시간까지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셋째 이후 자녀를 대상으로는 태어나자마자 질병, 상해 보험에 가입해준다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서초구가 약속한 대로만 하면 자녀의 보육에는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혜택을 100% 확실하게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저보고 아이를 한명 더 낳으면 어떻겠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을 것입니다. 자녀의 양육에 보육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서초구의 빵빵한 지원으로 7살까지는 별 탈 없이 잘 키웠다고 칩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그 다음에는 어떡하죠? 오후 1~2시면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올텐데 그때는 누가 돌봐줍니까? 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마치 필수 요소인 것처럼 돼있는 사교육은 무슨 돈으로 시키고요? 대학은 보낸다 하더라도 사회에 안착할 때까지 드는 비용은요? 결혼을 하면 방한칸이라도 구해줘야 할텐데 그 돈은요?

보육은 110미터 허들의 첫번째 장애물일 뿐입니다. 그보다 더 높고, 넓은 장애물이 여전히 즐비하게 놓여 있습니다.

옛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가정이 건전한 시민의 양성을 헤치는 제1 해악이라면서 모든 시민들의 자녀를 태어나자마자 공공 보육·교육기관에 강제로 수용하고 이상적인 교육을 똑같이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입니다. 지나치게 획일적인 교육은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 특질을 말살시킬 우려가 크고 구성원의 다양성을 헤쳐 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 가정이 각자 최선을 다해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총합적으로 더욱 큰 교육 효과를 거둘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개개 가정에 양육의 부담을 지워놓고 국가는 나몰라라 하는 경향이 큽니다.

이래서야 양육 환경과 교육의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면서 계층이 고착화되고 이는 심각한 사회갈등을 야기시켜 붕괴에 이를 것입니다. 그 붕괴의 가장 극명한 조짐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입니다.

한 자치구가, 고작 보육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출산율이 높아지길 바라는 것은 컵을 들고 바닷물을 모두 퍼내겠다고 설치는 꼴입니다. 나라와 자치구가 모두 힘을 합쳐 보육과 교육, 양육에 투자되는 막대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면 이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념이나 계층을 떠나 머리와 마음을 열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양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우리의 자녀에게 물려주기 싫은 지금의 사회 모습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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