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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대출이자'…내수 부진의 주범

우리나라를 일컬어 흔히 '수출주도형 경제'라고 합니다.

국토가 좁아 내수보다는 외국에 수출을 많이 해서 얻은 부가가치가 전체 국민총생산의 65%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의 중요성은 이처럼 두말하면 잔소리고, 우리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대내외적인 상황이 수출에 상당한 지장을 주게 되면 우리 경제는 '휘청'하게 됩니다. 외국 경제나 나빠져 수요가 줄어들 때도 그렇고, 국제유가가 올라도, 또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해도 마찬가집니다. 항상 수출경쟁력 약화가 국가 경제에 부담이 줄 부분에 대해 우려하면서 동시에 나오는 얘기가 바로 '내수 진작'입니다.

우리경제의 태생적인 규모의 한계때문에 내수가 미국처럼 우선시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은 소비로 먹고사는 나랍니다. 물론 그런 미국도 이번 경제위기 겪고 가계의 저축률이 높아져 소비를 줄이면서 또 역설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수출에 너무 의존하기 보다는 내수 비중을 높여서 불안전성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그런 지적이 반복돼왔습니다.

그럼 왜 우리나라는 내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걸까요. 국토가 작아서, 인구가 고만고만해서, 뭐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 바로 중산층이 마음놓고 '쓸 돈' 이 적다는 것입니다.

그 중심엔 바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사교육비' 부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 소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4%에서 올해 상반기 7.4%로 2.0%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만일 유학과 연수까지 포함한다면 각각 5.8%와 8.2%가 됩니다. 다른 나라를 볼까요. 우리나라는 7%가 넘는 교육비 비중이 미국(2.6%), 일본(2.2%), 영국(1.4%), 프랑스(0.8%), 독일(0.8%)로 우리가 3배에서 많게는 9배까지 높습니다.

사실 평균을 내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교육비 부담은 훨씬 더 큽니다.
특히 사교육비가 교육비 지출을 크게 늘렸습니다. 공교육비 비중은 3.5%에서 3.8%로 0.3%포인트 증가에 그친 반면, 사교육비 등 기타 교육비 비중은 1.9%에서 3.6%로 갑절 가까이 늘었습니다. 학원보내고, 과외시키고 그런 돈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됩니다.

애들 학원 하나 더 보내려고 온 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사연은 이제 더이상 특이한 얘기가 아니라 우리주변 중산층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얘깁니다. 당연히 다른 지출(문화활동, 의류구입, 심지어 식비까지..)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내수지표는 회복되기 어려운 것입니다.

또 한가지 주범은 바로 '대출이자'입니다. 소비활동과 무관하게 금융회사에 내는 이자부담이 부담이 무거운 것도 소비 활성화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통계를 먼저 볼까요. 지난해 개인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7.5%로 미국(2.2%), 일본(4.7%ㆍ2007년), 영국(7.1%)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집을 사기 위해 빌리는 돈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 문젭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76.8%.  만일 전월세 보증금까지 합치면 81%나 됩니다. '은행에 꼬박꼬박 대출이자를 갚으면서 집을 깔고 산다'는 말이 딱 맞은 우리나라 상황입니다. 집은 꼭 가져야 한다는 일념 하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그 이자 부담 때문에 정작 다른 소비는 줄이고 절약하는 생활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금융 자산도 위험성이 높은 직접투자 상품과 변동금리형 예금·대출·보험·연금 상품의 비중이 높아서 금리가 오르면 직격탄을 맞는 구조로 자산이 구성돼있습니다.

결국은 전체 소득에서 사교육비 빼고, 대출이자 제하면 별로 남는게 없는, 그러다보니 내수위축의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교육은 후방 연관산업효과가 다른 산업의 80%정도 밖에 되지 않아 기타 서비스업에 비해서 고용창출 등과 같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일부 제한적입니다.

게다가 경제위기로 임금 동결, 삭감 등의 분위기 속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 각 가계가 체감하는 소비 위축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내수 활성화 방안이 때마다 나오곤 합니다. 서비스업을 선진화시키고 많은 관련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골자들이죠.

하지만 가끔은 엉뚱하게도 내수를 활성화시키려면 사람들에게 쓸 수 있는 소비여력이 생겨야 하고, 그럴러면 묶여있는 교육비, 이자 이런 것들이 정말 문제라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정부에서도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운찬 신임총리에 대학총장 출신이니 사교육문제를 꼭 좀 해결해달라 주문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정말 사교육 문제가 나아져서 국민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지출을 교육에 매이지 않고, 가족의 건강한 삶, 여유있는 인생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공교육 정상화는 단순히 교육문제가 아니라 내수활성화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출이자는 한꺼번에 줄일수는 없겠지만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각 가정의 신중한 부채조정이 단계적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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