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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값 하락, 대책없나?

대풍을 이룬 지난해 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평년작을 웃도는 풍년이 예상되면서 곳곳에서 쌀값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들은 애써 키운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면서 국민정서에 호소하는 퍼포먼스(?)까지 연출하고 있다. 자식처럼 키워온 벼가 잘못되기를 바랄 수도 없고, 풍년이 오히려 농민들에게 더 고통스러운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묘책은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때다.

올해 쌀 값 하락은 근본적으로 과거와는 좀 다르다. 과거에는 정부가 직접 쌀가격을 결정해 수매하는 추곡수매방식을 통해 산지 쌀 값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WTO(세계무역기구)에서 정부의 이런 시장개입은 안된다고 압박하면서 2005년부터 산지쌀값은 전적으로 지역농협이나 RPC(미곡처리장) 등 민간 운영업체의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물론 급격한 쌀값하락에 대비해 정부가 쌀직불금이나 보조금 형태로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러다 보니, 쌀값은 전적으로 민간 운영업체들의 시장논리가 중요해지게 됐는데 올해는 이들 민간업체들이 일부러 쌀수매 시기를 늦추면서 문제가 됐다. 왜냐면 재작년 흉작때 솔솔한 재미를 본 이들 업체들이 지난해는 풍작인데도 쌀을 사재기하다가 정작 쌀이 남아돌면서 업체당 평균 2-3억씩 손해를 봤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올해도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풍작이라고 하니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쌀수매를 일부러 늦추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추곡수매를 해야할 때 안하니까 돈줄이 마를 수밖에 없다. 봄에 빌린 영농자금도 갚아야 하고 하루하루 늦어지면 그만큼 이자도 불어나니까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자라도 벌려고 쌀을 좀 헐값에라도 내다파는 것이고, 운영업체들은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 벼수매가 지난해보다 평균 보름정도 더 늦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9월19일과 29일 2차례 발표된 당정의 긴급 쌀값안정대책도 잘 살펴보면, 결국 이들 운영업체들이 쌀을 빨리 사도록 협박하고 달래는 내용이다. 즉 정부가 평년작을 넘는 신곡 10만톤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시키겠다는 것은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수 있으니 더 기다리지 말라는 협박이고, 운영업체들이 조기수매에 나설 경우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은 일종의 회유책이다. 쌀값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니 정부로서는 춤이라도 춰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과거처럼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정부도 답답한 노릇이고, 정부대책이라고 내놨지만, 시장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아 농민들도 울화통이 터진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안타까을 뿐이다. 농민들의 성에는 안차지만 어쨌든 정부의 이런 대책으로 산지 쌀값 하락은 주춤한 상태다.

문제는 과거와 달라졌는데 자꾸 정부의 책임만 추궁하다 보면 엉뚱하게도 세금만 축내게 된다는 거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도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는 쇼를 하고, 여론이 움직이니까, 당초 예산보다 800억원을 더 증액해 수매자금으로 1조원을 책정했다. 국회는 표를 의식하고, 정부는 국회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돈을 풀어 쌀사들이고 창고에 재여놓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어간다면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만 얇아진다.

우리나라는 2014년까지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외국산쌀을 매년 2만톤씩 의무수입해야한다. 올해 수입량은 31만톤, 3,600억원 어치다. 1년 창고비용만 900억원이 든다고 하니 이 돈으로 차라리 농촌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쓰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국산쌀의 경쟁력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있다. 2014년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오히려 국산쌀 수요를 높이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식량안보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되지만, 쌀문제를 돈으로 막겠다는 발상은 결국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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