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7년 10월 국회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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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에 발령받고 국회에 출입한 지 벌써 1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우울하게도 늘어난 뱃살만 유독 눈에 띤다. 내 몸 내가 관리하지 못했으니 내 불찰이 가장 크겠지만, 나는 내 뱃살의 7할은 점심, 저녁으로 이어지는 여의도 특유의 '약속 릴레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나마 핑계거리를 삼고 있다. 사회부나 경제부 등 다른 취재부서도 있어봤지만 여의도의 취재원들은 뭔가 다르다. '역사는 식탁에서 이뤄진다'는 말을 서로 증명이라도 하듯 여의도 사람들은 사람을 만나면 한결 같이 수첩을 꺼내들고 점심 약속, 저녁 약속, 밥 약속, 술 약속을 잡고, 잡고 또 잡는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기자회견, 정책간담회, 토론회…. 이런 것들을 정치활동의 공식 무대라고 한다면 식사자리, 술자리는 그 무대의 뒤편이다. 무대 뒤편에서는 공식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모습, 흐트러진 모습도 볼 수 있고, 듣기 힘든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정가의 흐름에 민감해야 할 정치부 기자들로서는 이런 자리를 빼먹으면 큰 손해다.
문제는 체력이다. 아침 일찍 국회로 출근해서 취재하고, 기사 쓰다 보면 오후쯤 되면 체력이 바닥나기 나름. 하지만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2라운드의 시작이라니…. 이쯤 되면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도 버거워 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초저녁 잠이 많은 나로서는 참 힘겨운 고난의 행군이다. 그래서 밥자리, 술자리에서 꾸벅꾸벅 많이 졸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나를 비롯해 많은 기자들의 눈과 정신을 번쩍 들도록 해주는 게 있다. 바로 '오프'다. (정식 용어는 off the record)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취재원이 "이건 오프인데..." 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순간. 놀랍게도 정신이 번쩍 들며 졸음이 확 사라진다. '오프'란 기자와 취재원간에 서로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약속인데, 상호간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니만큼 정치권 뒷사정을 알게 해주는 재미있고 중요한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프'는 길고 지루한 대화 속의 각성제이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다른 기자들과 함께 '오프' 정보를 듣고 혼자 졸다가 정보보고를 누락할 수 있는 끔찍한 가능성도 언제나 있기에 '오프'라는 말에 더욱 정신이 번쩍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치부 생활 1년이 막 되는 요즘, 나는 '오프'가 모두 '오프'는 아니란 걸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 식사자리에서 '오프'를 전제로 한 비밀스런 정보들을 되돌아보면 '오프'라지만 전혀 '오프'답지 않은 정보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이 기자한테만 '오프'로 하는 말이니까 보도하지마'
'여기 식사자리에 온 기자들에게만 오프로 하는 말인데….'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내용인 줄로 굳게 믿고 있었는데 이미 다른 기자도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심지어는 이미 다른 신문이나 방송 보도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차츰 알게됐다. 아마도 남들은 모르는 정보를 혼자만 알고 싶어하는 기자 특유의 성향을 잘 아는 여의도 취재원들이 '오프'라는 방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닐까? 그래야 기자들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자신에게 주목할테니까….
약간의 배신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난 '오프' 정보가 여전히 반갑다.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취재원과 한층 친밀해진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짝퉁 '오프' 가운데 진짜 중요한 '오프'도 종종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언제나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ON) 상태로 항상 긴장해야하는 기자들에게 오프(OFF)는 일종의 휴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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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성실한 취재로 생활밀착형 기사들을 많이 전해주는 이병희 기자는 정치부에서 국회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1년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과 기획취재팀, 정치부 등을 거친 이 기자는 지난 2002년에는 시장의 저가의류에 유명상표를 붙여 비싸게 되파는 시내 유명백화점의 실태를 심층고발해 큰 반향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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