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28일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이 대체로 재정 건전성보다 경기 회복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균형재정 목표 시기를 다소 늦추더라도 성장 모멘텀을 살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예산안을 짰기 때문에 자칫하면 재정 운용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LG경제연구원 강종구 책임연구원
내년 경제성장률로 전망한 4%가 빠른 회복세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당분간 적자예산 편성은 불가피하다. 경기 회복의 주요 동력이 정부의 부양책인데, 이를 급격히 줄이면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균형예산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0%대에서 유지된다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균형재정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재정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적자 재정이란 미래 세대가 써야 할 재원을 당겨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본예산 기준으로만 보면 올해 취했던 비상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출구전략을 조심스럽게 펴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4대강 사업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연구개발(R&D)과 보건복지 분야를 함께 늘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가진 것 같다. 그만큼 다른 분야의 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부처 간 갈등의 소지가 보인다. 정치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실물경제실장
여전히 확장적인 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진다고 보는 게 맞다. 내년 예산도 경기 회복을 우선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사회복지 등 사회안전망 관련 부분이 줄어들지 않은 것은 경기가 오랫동안 좋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름대로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책 기조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퍼붓기식 물량 공세였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효율성도 따져보고 조정할 것이 있으면 조정해야 한다. 내년 2월 국회에서 재정 효율성을 논의해 봐야 한다.
경기가 선순환구조를 되찾은 다음에 재정 여력을 확충하면서 건전성을 추구하는 방향이 가장 바람직하다. 경제 활력을 찾는 것이 재정 건전성보다 중요하다. 재정건전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해서 아주 나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경제활성화와 재정기반 강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열쇠가 될 것이다.
◇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
항목별로 슈퍼 추경을 집행한 올해에 비해서도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항목이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부양책을 쓴다는 기조를 이어가는 것 같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다만 우리 경제가 내년 4%, 이후 5% 성장하는 것을 전제로 재정계획을 짰을 텐데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5% 성장은 2007년도 숫자니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이다. 문제는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위기가 끝나더라도 그 정도에 이를 수 있을까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가 되면 선진국들은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 환경이 2007~2008년의 `골디락스(저물가 고성장)' 때와 같아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환경이 실제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재정계획을 세우면, 앞으로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고 재정계획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본부장
내년 예산은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재정계획이 필요하다. 재정 쪽의 출구전략은 재정적자를 어떻게 줄이느냐인데 지금으로서는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어려운 만큼 지출 폭을 줄이고 지출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있다.
내년에도 경기침체에 따른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복지 예산을 많이 늘렸다. 올해도 추경을 편성하면서 복지 쪽 지출을 확대했는데 연이어 늘리면 이 부문의 예산은 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줄이기 힘들다. 따라서 복지 예산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지원되는 예산의 전달 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도 임시직과 급여가 낮은 일자리의 비중이 높다. 구직자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예산지출 구조를 시장 친화적으로 가져가 시장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재정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나쁜 선택이다. 지출 쪽에서 졸라맬 수밖에 없으며, 경기가 회복단계에 접어든 만큼 확정적 재정지출은 신중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전문가들 "2010년 예산안, 경기회복에 무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