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제대로 못보는 중증 시각장애인이 국내 최초로 국가공인 한자급수자격 최고 단계에 합격했다.
16일 대한검정회에 따르면 1급 시각장애인인 이윤동(52·울산 남구 신정1동) 씨는 지난 달 22일 실시된 제44회 국가공인 대한민국 한자급수자격검정시험 사범급에서 100점 만점(합격기준 80점)에 83.5점을 받아 합격했다.
사범급은 한자 5천자를 자유롭게 쓰고 대학(大學), 논어(論語), 고문진보(古文眞寶·중국의 시문선집) 등 고전을 해석하는 수준으로 통상 합격률이 20% 내외다.
이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눈을 다쳐 왼쪽 눈은 완전히 실명됐고, 오른쪽 눈은 큰 물체의 형상만 겨우 구별할 수 있다.
주최측은 이 씨의 장애를 고려해 글자 크기를 40포인트(일반인용 시험지의 16배)로 확대한 특수 문제지를 제공하고 고배율 돋보기를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시험을 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좋은 성과를 얻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담은 고전들을 읽으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즐겼다"며 "우리 말 어휘의 80%가량이 한자라 공부할수록 표현력과 이해력이 좋아진다"며 한자 예찬론을 폈다.
어린 시절 천자문을 읽으며 한문에 관심을 두게 된 그는 성인이 되고서 컴퓨터 모니터에서 한자 교재를 확대해 읽는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해 2004년 한자 3천 500자를 다루는 한자급수검정 1급 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연합뉴스)
중증 시각장애인이 '한자의 달인' 됐다
이윤동 씨 한자급수자격검정 사범급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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