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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일본"

총선거 결과 일본의 정권교체가 확정된 뒤 열흘이 넘었습니다. 한국 언론들도 정권교체의 의미, 새 정부의 방향, 특히 한국과 북한에 대한 새 일본 정부의 태도 등 갖가지 분야에 관한 이런저런 전망을 예측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지난 55년 자민당 결성이후 처음으로 맞은 대변화에 관해  다양한 논평과 분석, 전망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일본이 어른이 되고 있다.』는 무라카미 류의 논평이 유독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무라카미 류는 8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결과에 대해 『왜 일본인들은 더 기뻐하지 않는가.』라고 자문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인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일본은 이제야 성장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무라카미가 사용한 단어인 「어른」, 일본어로 「오토나(大人,おとな)」는 어른이라는 뜻뿐 아니라, 우두머리나 족장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성장(成長)이라는 단어도 우리가 경제성장이라고 말할 때의 물질적, 계량적 의미보다는 정신적인 성숙을 뜻하는 말입니다. 어려움을 딛고 무언가를 성취한 사람에게 “あなたも成長したね”(아나타모세이?시타네)라고 말합니다. “너도 성숙했구나.” 가볍게 말하면 “너도 많이 컸구나.”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무라카미는 일본인들의 이번 선택이 일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것입니다.

무라카미의 이런 해석은 『일본인들은 정권교체가 생활의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을 만큼 어리석지도, 행정의 변화에 기뻐할 만큼 순진하지도 않다.』는 말에서도 드러납니다. 다시 말해서 그럴듯한 「마니페스토」(기존의 공약이라는 말 대신 사용하는 용어로 정책방향과 이를 이루기위한 재정계획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포괄하는 집권 청사진)보다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향후 어떤 길을 가야하는가』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지요.

『일본인들이 정권교체에도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일본이 쇠퇴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린이가 어른이 되려 할 때의 우울한 기분을 맛보고 있다.』는 무라카미의 표현은 도약을 위해서는 성장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도약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말하기 이릅니다.

「1억 총중류」를 자랑하던 일본경제가 이제는 카치구미(勝ちぐみ)와 마케이누(負けいぬ)라는 말로 대변되는 승자와 패자의 구조, 다시 말해 불평등사회, 격차사회가 된 데 대한 반성으로 나타날지, 또 대외정책면에서도 기존 대미 일변도 정책에서 탈피해 다변화한 외교정책을 보일 것인지, 과거 경제동물이라는 비난을 받던 행태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리더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모두가 미지수입니다.

90년대 중반 한 때 비자민 연립정권시대처럼 단기간 내 무너질 지도 모릅니다. 그 때 연립정권의 대주주였던 오자와 이치로씨는 이번에도 민주당의 대주주로 민주당 간사장을 맡게 됐고, 이를 걱정하는 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54년을 이어온 자민당 체제가 무너진 이제 일본이  무라카미 류의 표현대로『마침내 성장』을 완성해낼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편집자주] 깊이있는 분석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은종 기자는 그동안 사회.국제 이슈와 경제 현장에서 오랫동안 현장취재와 데스크를 거치고 현재 SBS 보도국 특임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뿜어나오는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일본의 정치.경제에 대한 식견으로 핵심을 짚어주는 글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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