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법 조항이 7월 발효됐으나 기업 상당수가 이를 무시하거나 인식하지 못해 고용이 유지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10명 중 3명꼴이어서 고용시장의 불안요소가 될 공산이 커졌다.
노동부는 이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탈법행위를 바로잡으려 할수록 고용불안을 키울 것이 뻔해 `딜레마'에 빠져 있다.
또 '해고 대란설'을 앞세워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했던 정부.여당의 애초 주장과 달리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지 않아 기간제한 조항 발효에 따른 정규직 전환 효과 공방도 거세질 전망이다.
◇ 자동전환 법적 정규직 `갈등의 핵' = 노동부가 4일 발표한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7월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된 기간제 근로자 1만9천760명 중 7천276명(36.8%)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계약이 종료돼 실직한 근로자는 7천320명(37.0%)이었다.
논란의 핵심은 기간제 계약 갱신 등으로 계속 일을 하는 5천164명(26.1%).
이들은 사업주가 기간제 계약을 다시 맺는 등 법과 관계없이 관행대로 기간제로 고용하거나 방침을 정하지 않은 채 계속 고용한 경우로, 법적으로는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건, 법을 무시한 결과이건 비정규직의 26.1%가 법적인 신분이나 조건 변경 없이 그대로 일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사업주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근로자와 새로 기간제 계약을 하거나 언제라도 해고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
현행 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근속기간이 2년이 넘으면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 수 없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이들은 해고되더라도 구제받을 길이 열려 있다.
따라서 자동전환 법적 정규직 근로자들이 계약 해지나 해고를 당했을 때 개별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거나 집단소송을 낼 가능성이 커 갈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고용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만약 사업주가 법을 어겨 갱신한 기간계약을 근거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거나 해고하면 해당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소송 등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현행법을 무시하는 탈법 행위를 바로잡으려고 행정지도를 강화하면 자동전환 법적 정규직 근로자들이 대거 실직할 우려가 있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당정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2년의 비정규직 고용기간 제한은 그대로 두고, 당사자가 원하면 고용계약을 수차례 반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계약을 갱신해 비정규직을 계속 고용할 경우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 `해고대란설 맞나' 논란 지속 = 노동부는 연초부터 경기 침체와 맞물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바꿔주는 사업장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비정규직법 기간제한 조항 적용을 2년 연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해왔다.
노동부는 10명 중 7명이 계약 종료와 함께 해고될 것으로 보고 많게는 100만명 안팎의 비정규직이 해고될 것으로 추정했었다.
여당도 대규모 실직 사태를 우려하며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이 어떤 식으로든 고용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정책판단 오류 지적과 함께 비정규직법 기간제한 조항 적용을 둘러싼 정규직 전환 효과 공방이 확산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계약이 종료돼 실직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유지돼 계속 일하는 근로자를 합쳐 63.1%를 고용 불안정층으로 분류, 비정규직 기간제한 조항이 발효 이전과 비정규직의 고용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자동전환 법적 정규직'은 법과 관계없이 고용계약이 유지돼 엄밀하게 정규직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것.
노동부 관계자는 "확실한 정규직 전환(36.8%)은 6월의 38.8%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정규직 전환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관계자는 "법적 보호를 받는 정규직 전환자를 굳이 고용불안정 상태로 분류하는 등 여전히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해고대란설을 유포할 게 아니라 계약을 통한 정규직화를 독려해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정부 책무"라고 주장했다.
또 "세제 혜택이나 지원금 등의 혜택을 기업에 준다면 현행 법으로도 비정규직 보호는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기본적 법률 해석과 셈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명백한 조작행위"라며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정규직 전환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추가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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