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날씨 정말 이상합니다. 비가 왔다 하면 '폭우'고 더웠다 하면 '폭염'입니다. 명태가 안 잡힌다, 열대 작물이 자란다는 이상 징후도도 잇따랐습니다.
한승구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달 16일 부산.
시간 당 90밀리미터의 엄청난 비가 쏟아지면서 1시간여 만에 도심이 마비됐습니다.
하수구마다 물이 역류해 솟구치고 뒤엉킨 차량 사이로 흙탕물이 쏟아집니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만 1천4백여 곳이 물에 잠기거나 매몰됐습니다.
[김정임/부산 초량동 : 물건들이 땅 속으로 꺼지고 있어요. 너무 놀라서 아무 생각없이 아이들만 대피해서 나온 상태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시민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날씨가 자주 나타납니다.
올해에는 4월인데도 낮기온이 섭씨 30도까지 올랐다가 다시 체감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등 이상 고온, 저온 현상이 반복됐습니다.
장마 기간이 따로 없이 여름 내내 비가 내리고 한 번 내렸다 하면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집니다.
올 여름에는 특히 열대야가 사라지면서 찜통더위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최정원/서울 신촌동 : 요즘에는 비가 예상치 않게 자주 오고 많이 오기 때문에 항상 우산을 휴대하게 되고요.]
전문가들은 변덕스런 날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습니다.
이산화탄소같은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밖으로 나가야 할 에너지가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해 기온이 꾸준히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대기 중에 에너지가 늘면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겁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로 온난화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릅니다.
[김승배/기상청 통보관 : 이러한 기온상승 추세대로 꾸준히 간다고 한다면 적어도 한 2070년 정도에는 내륙 산간지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입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이미 한반도 곳곳에서 생태환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던 명태는 어획량이 20년 전보다 1천분의 1로 줄어 아주 귀한 생선이 됐습니다.
대신 동해에서는 멸치가 잡히고 심지어 올 3월에는 그물에 백상아리가 걸리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경기 북부 지역이지만 카레 등의 원료로 쓰이는 열대 작물 강황과 울금을 올봄부터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김민덕/파주시 농업기술센터 : 일반 생강하고 같은데 9월 중순부터 비대하기 시작해요. 그때까지 이게 한 1.5~2미터까지 성장합니다.]
전남 진도처럼 한반도 남단에서나 키우던 작물입니다.
[김민덕/파주시 농업기술센터 : 사전에 농가 소득화가 될만한 열대 작물을 지금 찾고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소득이 높은 것이 강황이나 울금….]
2100년쯤 되면 여름이 5월부터 시작돼 다섯달 동안 계속되고, 겨울은 한 달로 줄어듭니다.
평균 기온이 4도 정도 올라 서울이 지금의 제주 서귀포처럼 되고 20~30%이상 생물이 멸종합니다.
생태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2006년 강원도 한계령에서 산사태가 두 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수십년 동안 여름철 시간당 40밀리미터의 비는 괜찮았는데 그 해 내린 시간당 90밀리미터의 폭우는 견디지 못했습니다.
옹벽이든 방파제든 각종 사회기반시설의 안전 기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권원태/국립기상연구소 기후연구과장 : 해수면도 상승하고 해일도 만약에 더 강해진다고 하면 이제 방파제의 높이가 적당한지 또는 우리가 지금 짓고 있는 어떤 시설들, 대규모 시설들이 여기에 세웠을 때 앞으로 현상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과연 안전할 것인지.]
온난화에 대비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현 정부의 핵심 슬로건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자전거 산업 육성, 하이브리드카 지원 등 최근 떠들썩한 이슈들이 모두 녹색성장이란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온난화 대책을 정부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미 진행된 온난화를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
더 나빠지는 것만이라도 막으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쓰레기를 줄이는 등 일상 생활에서부터 최소한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2100년엔 여름 다섯달, 겨울 한달…이상기후 공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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