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12일 국회 등원을 전격 선언함으로써 장기 공전됐던 6월 임시국회가 정상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의 입장 선회는 국면전환을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에선 한나라당의 6월 임시국회 단독소집 이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 규명 등 5대 요구조건으로 대표되는 장외전략에서 탈피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시작된 조문정국에 기대 퇴로 없는 강공책을 고수할 경우 아무런 실리를 챙기치 못한채 정국의 주도권까지 상실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었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단독국회를 소집한 뒤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안의 직권상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이 도래한 뒤 민주당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7월17일 제헌절을 기점으로 개헌정국이 시작될 경우 정국의 주도권이 여권으로 넘어가고, 민주당은 정국의 종속변수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 민주당으로선 일단 6월 국회에 참가한 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수렴됐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등원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사실상 17일 개헌절까진 여권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기 힘들어 보이는만큼 당장 등원을 선언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이왕 등원을 선언할 것이라면 지금 승부수를 던진 뒤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자"는 등원론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 회기가 2주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7월 임시국회를 새롭게 여는 형식으로 4주간 국회를 진행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국면전환의 기회를 잡아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직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국민적 애도여론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인만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최대한 여권을 압박하겠다는 것.
남은 6월 임시국회 기간 단순히 여권의 미디어법 단독처리를 봉쇄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원내 전술로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정세균 대표가 이날 등원을 선언하면서 당초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던 5대 요구사항에 대해 "원내에서 더욱 가열차게 전개될 것이며 원내외 병행투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민주당의 등원선언으로 일단 여야간 기약없는 `강(强)대 강(强)' 대결 양상은 피하게 된 셈이지만 파국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민주당의 등원 결정에 대해 "갑작스레 등원을 결정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미디어법 표결처리가 임박해오자 미디어법을 저지하고 비정규직법 처리를 지연하기 위한 또다른 지연전략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회기연장 주장에 대해서도 "미디어법 처리 지연술"이라며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대안을 제출하면서 한나라당과의 협상 의지를 밝혔지만, 한나라당이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직권상정을 통한 단독처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향후 여야간 의사일정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도 조기 파국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김형오 국회의장이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방영된 KBS 일요진단에서 미디어법에 관해 언급하면서 "국민적 동의하에, 산업적 필요에 의해, 또는 국가적 요구에 의해 처리가 돼야 할 법안이 소수당에 의해 막혀 곤란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진 김 의장이 여야 관계의 파국을 부를 미디어법 직권상정에 성급히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할 개헌논의 개시를 앞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최대한 합의를 모색하되 최종 결렬에 대비, 직권상정을 위한 명분 축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주부터 미디어법을 해당 상임위에서 본격 논의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미디어법 저지를 위해 당력을 총결집키로 하는 등 여야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민주당 '등원'…정상화 가도에 곳곳 '지뢰밭'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