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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도한 요구…개성공단 '암운'

억류문제 해결없인 '협상여지' 희박

개성공단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11일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일단 공단의 장래에 '빛'보다는 '그림자'를 드리운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북한이 협상의 여지는 남겼지만 임금을 현재 수준의 4배로 인상할 것과 이미 납부한 토지임대료를 31배가량 인상해서 다시 지급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데다 우리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인 억류 근로자 유 모 씨 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이 19일 2차 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대화의 모멘텀은 이어 가기로 합의한 점에 주목, 개성공단 '사망선고'를 이야기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북, 과도한 요구 = 우선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월급으로 요구한 300달러는 중국 수준인 200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105개에 달하는 우리 입주기업들이 수용키 어려운 액수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지난 8일 첫 철수업체가 나온데서 보듯 이미 한계 상황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극도로 악화된 남북관계 상황 속에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공단 기업들은 바이어들의 주문량 급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수는 작년 4월 69개에서 지난 4월 현재 104개로 51% 증가했음에도 불구, 지난 1~4월 입주업체들의 총 수출액은 715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1천627만 달러)에 비해 56.1% 감소했고 총 생산액도 7천454만 달러로 작년 동기(7천983만 달러) 대비 6.6% 줄어들었다. 기업들의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입주업체인 비케이전자㈜ 유병기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런 조건이라면 철수해야 할 것"이라며 "내일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이 만나기로 했는데 북측이 요구한대로라면 대부분 다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계약에 따라 1천600만 달러가 완납된 개성공단 1단계(100만 평) 토지임대료를 31배 수준인 5억 달러로 인상해 달라는 요구 역시 당사자인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수용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북한의 의도는..협상 여지있을까 = 다만 이날 북한이 보인 태도를 근거로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접는 수순으로 돌입했다고 판단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다.

요구사항이 과도하긴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 남측과 계속 협의할 의사를 표하면서 오는 19일 다시 만나 협상을 하자고 선제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대남 통지문에서 '앞으로 내 놓을 개성공단 관련 새 조건을 수용하기 싫으면 공단에서 나가도 좋다'는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그리고 탁아소.기숙사.노동환경 개선.용수(用水)시설 관리운영대책 등을 추진하자고 제의하는 등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기업들을 몰아내려 한다'는 분석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 없지 않았다.

결국 평양 최고위층이 '이익을 좀 더 거둬 들여가며 공단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 있는지, 책임 시비를 피해가며 공단을 접는다는 구상 아래 '힘'없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인사들을 활용한 '위장술'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선 19일 남북 당국이 다시 만나더라도 유씨 문제에 진전이 없을 경우 실질적 협상의 여지는 거의 없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19일 이전에 유씨를 석방하고 차기 협상 테이블에서 임금 등과 관련, 검토해 볼 수 있는 '수정안'을 내 놓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회담이었다면 대단히 심각한데 19일에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는 측면에서 임금과 토지임대료 인상폭은 조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북한이 개성공단 완전 폐쇄로 방향을 정했다고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입주업체 ㈜만선의 성현상 대표는 "북측에서 제시한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면서 "그것은 협상의 시작일 뿐, 북측이 그렇게 바보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민 적지 않을 듯 = 19일로 예정된 차기 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적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북측의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 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것은 유 씨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뿐 아니라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는 필요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게 중론이다.

현재 북핵 실험 후 국제사회가 북을 압박하고 있고 남북간 군사적 긴장도 높아진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남북대화의 끈은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이 감안됐다는 얘기다.

즉 정부가 북의 핵실험에 대해 제재할지라도 한반도 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다 향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틀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남북대화 채널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요구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 들어주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국제사회가 북한 핵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의 자금줄을 옥죄는 조치를 모색하려는 터에 개성공단과 관련한 대가를 더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는 정부에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즉 대화의 흐름은 이어가야 하지만 의견 절충의 여지가 많지 않고 의제 자체가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적격성' 문제까지 있는 협상에 나서는 것이 정부엔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정부는 향후 회담 테이블에서도 당분간 억류자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다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조를 고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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