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국면에서 정부가 제재에 동참하는 한편으로 남북관계 상황 관리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얼핏 잘 안어울릴 것 같은 '제재'와 '상황관리'가 공존하는 것은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상생·공영의 가치는 보전해 가겠다는 정부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접근 방침을 강조해온 기조에 따라 최근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일본과의 'P5+2' 협의틀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 도출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또 핵실험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에는 북한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반대해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했다.
그런 한편으로 정부는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안 협의 과정에서 결의 문안이 개성공단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 초안에도 이를 반영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우리의 PSI 가입을 빌미로 서해상에서의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사시 개성공단 인원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부각됐음에도 '개성공단 살리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에는 동참하되 남북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개성공단마저 폐쇄될 경우, 남북관계의 마지막 대화 창구이자 안전판이 소실되는 것은 물론 입주 기업들의 줄도산 사태 등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한 정부 관계자는 9일 "북한 핵실험 이후 제재 일변도로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맞게 대북 압박에 동참하되, 남북관계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은 원치 않으며 최소한의 대화 채널은 유지돼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최근 정책 결정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제재'와 '상황 관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북한의 호응없이는 결실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개성공단만 해도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개성공단과 관련한 대남 통지문에서 '기존 계약 무효화'를 선언하는 한편 '자신들이 새롭게 제시할 임금 수준과 토지 사용료 및 세금 등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나가도 좋다'는 입장을 일방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제의에 따라 11일 열리는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개성공단 존폐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일각에서는 6.15 공동선언 채택 9주년에 즈음해 북측이 중시하는 6.15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이행하겠다고 밝히고 핵문제를 남북관계의 한 부분으로 인식,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의 근본 문제를 6.15, 10.4선언으로 보고 있다"며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두 선언에 대한 남측의 보다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지금의 대북 제재는 핵문제에서 발단한 것인데, 핵문제는 남북관계의 전부가 아닌 한 부분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핵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 현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정책, 특히 북핵정책의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일 민족통일협의회 격려사에서 "핵문제는 남북관계의 본질"이라며 '비핵·개방 3000'의 원칙을 강조한 것이나 4일 국제자문포럼에서 북한의 최근 도발 배경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북한 정권 내부의 변화 ▲후계문제 등 '북한 내부 요인'을 강조한 것 등은 정부가 '북핵정책 전환'을 상황 타개책으로 상정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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