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일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 현행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유지하되 해당 조항의 적용 시기를 유예하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정부 개정안은 현재 여야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국회 환경노동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비정규직법이 처음 적용되는 7월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고용대란을 우려, 일단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한 뒤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민노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이라면서 그 대안으로 사측의 정규직 전환시 국가보조금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비정규직법의 유예 기간에 대해 야당과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지만 야권은 "대안도 없이 무작정 유예만하자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4대강 사업에 22조원씩이나 퍼부으면서 연간 1조2천억씩만 넣으면 매년 2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이를 마다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올해 초부터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모색했지만 당론을 확정하지 못한 채 진통을 겪었다. 지도부에서 비정규직법을 산업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시행시기를 3∼4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내부 의견을 모으지 못한 것.
정부 또한 지난해 말부터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하려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총대'를 메지않아 지난 3월 말에야 정부입법으로 발의됐다.
사회적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달 환노위의 비정규직법 자문회의가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열린 외에 야 5당 정책토론회가 한차례 개최됐을 뿐이다.
정치권이 노동계 최대 현안인 비정규직법 문제를 놓고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폭탄돌리기'로 시간을 허송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무책임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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