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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암마을, 그들은 왜 죽어갔는가" 그 후...

저희는 5월 20일 방송된 뉴스추적에서, "그들은 왜 죽어갔나, 보령 암마을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한 시골 마을의 비극을 파헤쳤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관련 글(☞"보령 암마을, 그들은 왜 죽어갔는가" 보러가기)가 있고, 포털 사이트에서 '보령 암마을'을 검색해도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보령시청 "아무 이상 없으니 그렇게 아시라"

당시 보령시청 담당 직원은 시청이 실시한 지하수 검사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냐고 묻는 취재진에게 분명 "아무 이상이 없다. 그냥 그렇게 아시라."고 둘러댔습니다.

보령시청이 무결점 지하수라며 그 근거로 내놨던 건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수질 검사 결과 달랑 1장이었습니다.

먹는 물로 '적합' 판정을 받은 그 한 곳이 마을 지하수의 대표라는 황당한 태도였습니다.

저희가 방송했듯 수질 검사한 집은 4곳이었는데 말이죠.

시청 측은 그 깨끗한 지하수가 어느 집 물인지도 함구했고, 역시 무결점이라고 버틴 나머지 3집도 어느 집인지 입을 닫았습니다.

방송날 전까지 입에 지퍼 채우고 묵비권 행사하면 된다고 판단했을까요.

취재팀은 결국 "나머지 3집의 수질 검사 결과를 밝혀달라"는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방송이 끝난 이틀 뒤(5월 22일) 검사 결과를 팩스로 통보 받았습니다.

시청 검사에서도 발암물질 검출돼

예상은 했지만, 결과를 받고 보니 또 화가 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보령시청이 처음 내놓은 지하수 검사 결과 1장이 '4집 가운데 BEST' 였습니다.

나머지 3집 가운데 2집은 먹는 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유, 저희가 방송한 내용과 똑같은 물질 때문이었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로 인정한 테트라클로로에틸렌, 간단히 말해 PCE 라는 물질이 마을 지하수에서 검출된 것입니다.

한 집의 지하수에서는 이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3배를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다른 한 집도 PCE 가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심증이 이렇게 똑 떨어지는 물증으로 굳어지는 경우도 참 드뭅니다.

'발암 지하수'라는 표현은 과장-호들갑이 아니었습니다.

발암물질 PCE 는 대체 어디서?

지난 방송에서는 PCE 가 대체 어떤 물질인지 충분히 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PCE 를 검출한 게 방송 하루 전날이어서 당최 물질 탐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PCE 는 군부대에서 많이 쓰는 염소계 유기용제, 그러니까 어떤 걸 녹이는 성질이 있는 물질이라고 합니다.

이 성질을 활용해 PCE 는 기름 성분을 닦는 세척제로 주로 쓰입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는 PCE 가 석유 물질과 함께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는 주적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무서운 건, PCE 는 땅 속에서 자연적으로 성질이 변해서 독성이 더 강한 VC(vinyl chloride) 라는, 이른바 '듣보잡' 물질로 바뀌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 VC 는 PCE 보다 심한 것이, '맹발암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 발암물질은 대체 어디서 새어 나왔을까요.

예전에 크게 터진 사고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진행형 오염으로 봐야하는지.

이건 전문가 도움을 받아 좀 더 궁리해 볼 문제입니다.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0년간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8명. 수술 받은 분이 5명.

위암과 간암이 한국인 발병률의 5배에 달하는 시골 마을.

이 비정상적인 발병률에는 분명 누군가의 잘못이 묻어 있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을까요, 소송한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밝혀낸 걸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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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민들은 평균 한국인보다 훨씬 쉽게 암으로 숨지거나 투병중이다.

(2) 지하수가 유기용제 등 유류에 오염되었다.

(3) 검출된 성분은 발암물질(PCE)이거나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MTBE, 톨루엔)이다.

(4) 오염된 지하수를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식수로 사용하였다.

(5) 과거 미군, 혹은 현재 주둔 중인 한국군이 지하수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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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소송 전문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위의 5가지가 인정된다면, "입증 책임의 전환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합니다.

즉, "군부대의 유류 오염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주장을 마을 어르신들이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암에 걸린 이유가 군부대의 유류 오염 때문이 아니다"라는 역-주장을 국가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담배 때문에 폐암 걸렸다'는 걸 흡연자가 증명하는 게 아니라, '폐암 걸린 이유가 담배 때문이 아니다' 라는 걸 담배회사가 입증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법률 자문을 받아야겠습니다만, 일단 희망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토양-수질 오염 때문에 인체에 해를 입었다, 그래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은, 국내에 아직 사례가 없습니다. 

보령시청 "주민들의 아픔을 해소하겠다"

 

보령시청은 5월 2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마을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 역학조사를 실시해 주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냥 말만 한 것인지, 정말 뭘 할는지 한번 지켜보시죠.

저희는 이런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 취재해 후속 보도할 계획입니다.

또 어르신들의 소송 절차를 도울 수 있도록 꾸준히 마음을 쓸 생각입니다.

보령 암마을의 비밀은 어느 정도 풀렸으니, 이젠 지자체와 군부대가 뭘 하는지 주목할 때입니다.

서로 책임의 탁구공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편집자주] "세상 구석구석을 훑어보는 짜디 짠 소금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 핸섬한 외모의 박세용 기자는 2005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을 거쳐 기자들이 만드는 시사고발 프로그램 '뉴스추적'에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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