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이 수사의 정점인가?> 난데없이 원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언뜻 수사기관이 행사하는 구속과형사소송법상 의미가 다소 다른 현실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자는 취지인 것 같은데..사실 매우 막막했습다.
그래서 구속권한을 행사하는 검사(청구)와 판사(발부)들이 구속을 어떤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지 알아보는 게 의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하는 원고 발췌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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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상 구속영장 발부 요건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피해자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범죄의 중대성만을 이유로 구속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략>
...우선 검사들은 구속이 수사에 필수적인 수단이며, 성공적인 수사에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냈다. 그 이유로 불구속 공범 피의자들끼리 말을 맞출 수 있는 우려를 없애고, 구속 상태인 피의자들이 훨씬 수사에 협조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검사는 “주요 사건 수사에 있어서 피의자 구속 여부는 사실상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단초”라고 설명했다.
구속은 죄질이 나쁜 피의자에 대한 응징하는 성격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B검사는 "전체 피의자 가운데 구속 비율은 4%를 넘지 않고, 구속 피의자라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이런 현실에서는 불구속 기소는 피의자 본인이나 피해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형사처벌 효과가 없다”며 처벌 수단으로 구속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구속에 대한 솔직한 생각은 다른 이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일선 검사들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여부를 수사의 성패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C검사는 "구속은 수사의 흠결성에 대한 법원의 1차 판단을 받는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D검사도 “수사에 대한 성공 또는 실패를 평가받는 잣대”라고 털어놨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검사들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있다는 데 공통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소명을 넘어 유죄 입증에 필요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E검사는 “법원이 구속제도를 지나치게 엄격히 운영해 영장 기각으로 인한 부담을 검사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검사들은 어쩔 수 없이 기소 시점 이전인 구속영장 발부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으며, 피의자 구속을 수사의 정점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피의자 구속에 대한 판사들의 생각은 검찰과 사뭇 다르다. 역시 현직 판사들을 상대로 구속에 대한 생각을 이메일을 통해 문답했다.
판사들은 우선 피의자의 구속을 검사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 선택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구속영장의 남용을 견제하며, 피의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게 법원의 임무라는 입장이다.A판사는 "구속은 피의자의 출석과 형벌 집행을 담보하는 수사상의 수단일 뿐”이라며,"판사가 검찰 수사를 돕기 위해 구속영장을 발부해줄 순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B판사도 “구속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집행유예 선고가 분명한 경우까지 구속하는 건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의자의 구속을 '수사 성패를 평가받는 잣대’나 ‘수사의 정점’으로 보는 검사들의 시각에 대해서도, 판사들은 우려를 표시했다.C판사는 “구속을 목표로 수사하는 건 일종의 표적 수사”라며 “피의자의 구속을 일종의 성과로 보는 건 곤란하다”고 밝혔다. D판사도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해서 마치 피의자의 유죄가 입증된 것처럼 생각하는 건 큰 오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구속기소된 피고인 가운데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은 ▲2004년 244명 ▲2005년 192명 ▲2006년 150명 ▲2007년 159명 ▲2008년 173명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판검사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피의자 구속은 검사들에 있어서는, '수사 성패의 단초'이자 '수사 성패를 평가받은 항목'이었다.
그러나 판사들에게 있어서는 '수사상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자, '최종 유죄를 확언할 수 없는 상태'여서 검사들과 사뭇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중략>
..언론 보도 관행도 검찰수사 만큼이나 급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검찰 수사 못지 않게 크다.필자가 처음 법조 출입기자를 시작했던 지난 2000년 5월과 만 9년이 지난 지금의 법조발 보도 관행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여전히 가장 통상적인 검찰발 기사 소스는 역시 피의자 구속영장이다.
법원에서 매일 발부되는 구속영장을 열람한 뒤 검찰에 추가로 취재한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피의사실에 불과하지만, 가장 구체적인 내용의 기사가 작성되는 시점이다. 오히려 수사가 마무리되는 기소 단계에선 구속시점 기사에 비해 소홀히 다뤄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구속 단계에서 대부분 기사화했기 때문이다.
<중략>
...수사 속보를 어느 단계부터 보도하는게 적절한가로 모아진다. 이에 대한 판검사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우선 검사들은 특별한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 시점 이후에 보도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A검사는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것은 수사의 밀행성을 저해할 수 있어 수사를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B 검사는 “기소 이전의 언론 보도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판사들의 견해가 상대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측면을 강조하는 측면이 강했다. 원칙적으로 기소 이후 보도가 맞지만, 공익 목적이 강하다면 보다 빠른 보도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C판사는 “검찰이 피의자를 유죄로 인정할 자료를 제시할 때를 기준으로 보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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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피의자 구속과 관련해선 피의자 인권을 강조하는 판사들이 보도 시점과 국민의알권리에 더 무게를 두는 점과 대형사건이 터지면 매일 수사브리핑을 하는 검사들이 기소 이후에만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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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법조팀의 현장 반장으로 맹활약 중인 정성엽 기자는 2002년에 SBS로 둥지를 옮겨 사회부 검찰 출입기자와 정치부, 뉴스추적팀 등에서 취재력을 과시해왔습니다. '제대로 정확히 보고 쓴다'는 좌우명을 가진 정기자는 최근에는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씨의 이혼소송 사실을 발빠르게 취재, 특종보도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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