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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와 불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종교계가 일제히 애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불교계가 추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교 조계종은 23일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교구 본사 25곳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24일부터는 분향소를 절 100여곳으로 늘려 추모객을 맞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24일 오후 봉하마을의 빈소를 직접 찾아 반야심경을 낭송하고, 권양숙 여사를 방문해 위로했다. 또 합천 해인사는 24일 주지 선각스님 등 스님 300여명을 봉하마을에 보내 애도하고 분향소 앞 공터에서 예불을 올렸다.

25일 새벽 노 전 대통령의 입관식에서는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이 참석해 염불을 했으며 통도사 스님 250여명도 함께 했다. 정우 스님은 유족이 원하고 장의위원회와 협의가 된다면 통도사 내에 있는 화장시설인 다비장을 이용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불교계가 이처럼 발벗고 노 전 대통령의 장례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노 전 대통령 부부와 불교의 특별한 인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한때 천주교 세례를 받기는 했지만 불교의 영향 속에서 성장했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어머니인 고(故) 이순례 여사가 "집에 부처님을 모셔놓고 아침마다 염불을 하셨고, 불교에 대해 아주 친숙하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이순례 여사의 영정은 부친 노판석씨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숨진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겨우 200m 떨어진 봉화산 정토원에 모셔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장유암에 머무르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했으며 틈틈이 불교경전을 탐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불교계 10대 공약에서 북한산 관통 외곽순환도로 및 천성산ㆍ금정산 관통 고속전철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고 천명, 불교계의 뜨거운 지지를 얻어 대선 승리의 한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취임 후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 백지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불교계에서 반 노무현 정서가 싹트기도 했지만 당시 이례적으로 해인사를 찾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예방, 불심을 되돌리려고 애썼다.

재임 중 2005년 4월 양양 낙산사 화재 당시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같은 해 해인사에서 9세기에 조성된 목조비로자나불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휴가를 이용해 해인사를 직접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불교계와 가진 마지막 만남은 2007년 11월24일 해인사에서 열렸던 대비로전 낙성법회였다.

퇴임후에도 불교계와 교류를 계속했던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 등이 불거져 대외활동을 자제하던 지난달 5일에도 지관스님 등 총무원 관계자 20여명이 봉화산 정토원 불사 행사를 마치고 봉하마을을 찾자 따뜻하게 맞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불교와 인연이 깊다.

권여사는 대선 운동 시절 불교 신자라는 것을 공개하면서 각종 불교행사에 참석했고, 2002년 10월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으로부터 고(故) 육영수 여사와 같은 '대덕화(大德花)'라는 법명을 받아 불교 신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다.

권여사는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22일 봉은사에서 새벽 예불을 올렸다. 당시 며느리와 함께 봉은사에서 108배를 올린 권여사는 청와대 뒤편에 모셔진 불상의 불전함을 5년만에 개봉했다며 280여만원이 든 시주금 봉투를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에게 전달했다.

불교계는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남긴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도 불교의 생사불이(生死不二) 사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부부와 불교와의 이런 특별한 인연 덕에 건호씨와 정연씨는 이번 장례 기간 조문한 불교계 관계자들을 합장하며 기꺼이 맞는 모습을 보였다.

조계종은 노 전 대통령의 49재까지 전국 절에서 극락왕생을 비는 축원 기도를 계속할 예정이며, 노 전 대통령의 49재를 조계사에서 봉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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