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치료할 수 없는 시한부 환자 또는 환자가족의 동의 등에 근거해 치료를 중단하는 자발적인 존엄사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지난 1994년 오리건주가 처음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오리건주가 법적으로 존엄사를 인정했지만 미국 각 주에선 존엄사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둘러싼 법적 투쟁이 끊이지 않아왔고, 미 연방 대법원은 2006년 존엄사의 의학적 논쟁과 행위에 대한 결정은 각 주별로 결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연방 대법원 차원에서는 존엄사의 법적 인정 여부를 사실상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법률 전문가들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비춰 존엄사를 현실적으로 용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오리건주와 인접한 워싱턴주에서 자발적 존엄사를 의사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는 법률이 효력을 갖게 되면서 미국에선 공식적으로 2개주가 법적으로 존엄사를 인정하게 됐다.
오리건주는 1994년 6개월 미만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말기 환자에게 의사들이 존엄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고 1998년에만 말기 암환자 15명이 존엄사법에 근거해 생애를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극약을 투약하는 방식의 안락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곳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산소 호흡기 제거를 비롯한 '소극적' 의미의 존엄사는 전체 50개주 중 40개주가 용인하고 있다.
미국에서 존엄사 문제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19세기 초반이다.
당시 존엄사의 수단으로 마취제가 이용되는 사례가 빈발해 사회적 논란을 빚게 되자 뉴욕주는 1828년 존엄사를 엄격히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의사단체나 일반 시민단체, 종교 단체 등 이해집단 간에 충돌이 잦아지면서 생명존중 윤리와 환자 또는 환자가족의 기본권 중 어느 쪽에 우선권을 둘 것이냐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미국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는 자발적 존엄사 논란을 불러온 대표적인 사례는 '캐런 앤 퀸런' 사건이다.
퀸런은 1975년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혼수상태에 빠진 뒤 6개월간 뉴저지주 샌클라라 병원에 입원해 산소 호흡기로 연명하는 처지에 놓였고 의사가 소생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리자 그녀의 부모는 산소 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고, 의사는 산소 호흡기를 제거할 권한이 없다며 거부했다.
퀸런의 부모는 소송을 제기했고 하급법원은 산소 호흡기 제거가 '살인행위'에 해당한다며 기각했으나 뉴저지주 대법원이 의사와 병원 당국의 동의 등을 전제로 산소 호흡기 제거를 허가했다.
퀸런 사건은 자발적 존엄사의 개인적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토대를 만드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1990년 이후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플로리다 출신의 테리 시아보 사건은 미국내에서 존엄사의 정당성 문제를 놓고 전국적인 논란과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례로 꼽힌다.
당시 시아보의 남편은 15년 만인 2005년 시아보가 자살하길 원했다고 주장하며 급식 튜브를 제거하는데 성공했지만 시아보의 부모 등은 시아보가 계속 살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하면서 존엄사의 현실적 의미와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영원한 숙제로 남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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