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워싱턴 D.C. 포린프레스클럽에서 첫 외신기자회견을 가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각국 언론에 설명하기 위한 이날 회견에서 예상과는 달리 또다시 '북한'의 '북'자도 언급되지 않았다.
클린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특별한 문제"라면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물론 중동지역의 평화, 이라크 문제를 거론했다.
또 러시아·중국과의 솔직하고 건설적인 관계 구축, 전통적 동맹 강화도 중요 이슈의 하나로 꼽았다. 북한과 비슷한 처지인 이란에 대해서는 "새로운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렇지만 정작 2차 핵실험을 위협하고, 농축우라늄 개발을 시사하며 위기 지수를 올리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모두발언에 이은 일문일답에서는 북한 문제가 화제에도 오르지 않았다.
지난 1월 인준청문회 당시 "북한과 이란의 핵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시급성을 갖고 행동할 것이며, 시리아 등에 대한 북한의 핵기술 이전 의혹 등을 중단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던 클린턴 장관의 모습과는 확실히 달라진 상황이다.
이미 이런 기류는 클린턴 장관이 취임 후 처음 가진 지난달 의회 청문회 때부터 읽혀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를 주제로 열렸던 당시 청문회에서 그가 준비했던 A4용지 10장 분량의 모두연설에서 북한은 단 한마디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보다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위협고조에 장단을 맞추며 춤을추기 보다 전략적인 무시에 나서고 있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 안팎에서는 이미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 기류가 대세를 이룬 분위기"라고 전했다.
추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위협하는 북한이 모든 카드를 다 소진할 경우 대화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이런 기류 형성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특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미첼 리스 윌리엄 앤드 메리대 교수,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 등 적지 않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동조하고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오바마 정부가 북한문제를 뒤로 돌렸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여기자 억류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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