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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내 성격은 태양증 때문"

안대회 교수 '정조어찰' 분석…"독살설은 사료오독"

성균관대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는 제왕으로서의 조선 정조 임금을 '워커홀릭'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성실하고 공부로 밤을 새기 일쑤였다.

그의 이런 면모는 최근 297통이나 무더기로 발굴된 '정조어찰'에서도 두드러진다. 노론벽파의 주축 인물 중 한 명인 심환지(沈煥之)에게 보낸 이 편지들 중 한 통에서 정조는 국왕으로서의 바쁜 일상을 "눈코 뜰 새 없다"(眼鼻莫開)는 말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성격은 다혈질을 방불한다. 흥분을 잘하고, 조급하다. 비밀서찰에서도 이런 성격은 잘 드러난다.

이 편지뭉치 248번째 편지에서는 당시 개성유수 황승원(黃昇源)의 전날 행태에 분노하면서 "이 놈(此漢)의 혈기가 끓어올라 막지 못했으나 그 뒤 생각해 보니 말과 기운을 너무 허비했음을 느끼겠소. 껄껄"이라고 썼다.

비밀어찰에 자주 보이는 '껄껄'은 요즘 젊은층이 선호하는 '^ ^' 정도에 해당하는 표현일 것이다. 정조가 그 자신을 '이 놈'이라고 표현한 대목도 재미있다.

안 교수는 조만간 나올 계간 '역사비평' 이번 여름호(통권 87호)에 투고한 '어찰의 정치학 : 정조와 심환지'란 글에서 정조는 자신의 성격을 태양증(太陽症)으로 파악했으며 이 때문에 화병도 자주 나고 가슴의 심한 통증도 발생한다고 진단했다고 밝힌다.

정조의 어록인 일득록(日得錄)에는 "나는 태양증이 있어 부딪치면 바로 폭발한다"고 토로하는가 하면 김조순에게는 옳지 못한 일을 보면 바로 화가 치밀어 얼굴과 말로 나타나, 아무리 억누르려 애를 써도 태양증 기질을 고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다혈질 성격은 마침내 신하에게서 정면 비판을 초래하기도 했다.

예컨대 이번 어찰첩에서 9번 정도 등장하는 이명연(李明淵)은 1979년 1월17일에 올린 상소에서 "지난여름 이래 신하들의 말과 행위가 더러 성상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상의 말씀에 간중(簡重.간결하고 엄중함)함이 결여되고 처분이 엄하고 급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조 자신이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은 주자(朱子) 또한 자기의 태양증을 결점으로 인식했으나 이런 기질 때문에 비로소 영웅의 사업을 수행했다는 점을 환기시키기도 했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다.

이번 글에서 안 교수는 이인화 씨의 정조를 모델로 한 소설 '영원한 제국'이나 대중역사 저술가 이덕일 씨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진 '정조 독살설'을 비판했다.

안 교수는 이인화 씨의 소설은 "상상력에 토대를 둔 허구이므로 진실 여부를 굳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이덕일 씨는 "대중적 흥미성을 띈 이 독살설을 사료로서 입증하고자 했다"면서 그가 주장하는 심환지를 포함하는 노론벽파에 의한 정조 독살설은 "사료를 오독하고 왜곡한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번 어찰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광범위하게 분석한 결과, 정조는 멀쩡한 건강을 유지하다가 갑자기 독살당한 것이 아니라 오랜 지병이 있었으며, 나아가 이덕일 씨가 주장하는 독살설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 1800년 5월30일의 '오회연교'(五晦筵敎)는 이씨의 주장과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이 오회연교는 정조가 의리의 근본과 등극 이래 조정 인사의 대원칙을 천명한 교시로, 실록에 전문이 수록된 그 글을 읽어보면 이덕일 씨 주장처럼 정조가 남인시파 등을 등용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벽파를 등용하려는 의도를 표명했음을 알 수 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그럼에도 이덕일 씨는 "오희연교의 내용을 오독하고 왜곡하여 정조가 사망 전에 벽파를 축출하려 했다고 함으로써 독살의 정황이 무르익었다고 보았다"고 안 교수는 주장했다.

따라서 "노론벽파에 의한 정조 독살설은 미스터리 소설의 요소가 다분하여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는 하나 역사적 진실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한편 성균관대는 18일 오전 11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조어찰 탈초 및 해제집(성균관대출판부 펴냄) 출간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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