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강원도 정선의 한 민박집.
렌터카를 몰고 온 30~40대 남녀 4명이 한 방에 투숙했습니다.
퇴실 시간이 지나도 인기척은 없었고, 결국 이틀 뒤 이들은 모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방 바닥에는 타다 남은 연탄과 화덕이 놓여 있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생을 마감한다는 유서도 발견됐습니다.
[경찰 : 부부 사이는 아닌 것 같아요. 성씨라든가 전부 관련이 없기 때문에 그것은 확인해 봐야될 것 같아요.]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1주일 뒤에는 횡성의 펜션에서.
[펜션주인 : 안에 보니까 연탄 2개가 펴서 뭉게뭉게 타고 있고 연탄가스 냄새가 엄청많이 났어요. 보니까 사람이 네 사람 쓰러져 있고.]
다시 이틀 뒤에는 인제, 엿새 뒤에는 양구에서 집단 자살이 이어졌습니다.
불과 보름여 동안 강원도에서만 12명이 자살했고 급기야 지난 주부터는 경북 봉화, 부산, 대전, 서울에서까지 집단 자살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숙박업주 : 당연히 신경이 쓰이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지만 산 사람은 어쩌냐 이거에요.아니 많은 데 왜 여기서 죽냐고. 죽은 여관을 누가 가려고 하나? 안 가고 싶지.]
전문가들은 통상 날씨가 풀리는 봄이 되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자살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집단 자살은 단순히 계절적 요인을 넘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안재환씨.
[경찰 : 처지를 비관하여 술을 마시고 가족들에게 유서를 쓴 뒤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량 안에 연탄불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자살 사건으로 내사 종결하였습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두통이나 구토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지만, 잠들면서 숨을 거둘 수 있다고 잘못 알려지면서 모방 자살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집단자살 기도자 :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아들을 고통없이.(보내주려고)]
집단자살의 또 하나 두드러진 특징은 인터넷을 통한 만남입니다.
[김어수/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 자살이라는것이 한 개인이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너무나 높은 벽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끼리 뭉치면 그 벽이 낮아지는 거죠. 그래서 실행으로 옮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창 유행하던 자살 사이트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 안에 있는 카페나 블로그, 인터넷 쪽지 등을 통해 더욱 은밀하게 연락이 오고 갑니다.
실제로 정선, 횡성, 인제, 양구, 부산에서 집단 자살한 사람들이 특정 인터넷 카페 회원이었습니다.
인천의 한 여중생은 이미 부산에서 자살한 남성이 숨진 줄 모르고 쪽지를 보냈다가 경찰에 발견됐습니다.
[신현오/인천남동경찰서 남동공단지구대 : 부산 서부경찰서 형사과에서 자살하겠다고 글이 올라왔는데 우리 관내 주거지에 있는 여학생 이라고 해서 주거지 부근에 순찰 중이던 순찰차한테 연락을 해 가지고.]
다행히 이 여중생은 자살을 포기했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10대들이 이미 이런 만남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습니다.
[포털업체직원 : (관련 글이라는)판단의 어려움이 있고 어떤 볍령에 근거해서 삭제를 해야 하는지 저희 입장에서는 곤란하죠.]
경찰은 지난 목요일 이 인터넷 카페 운영자를 구속하고 앞으로 자살을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사람들은 형사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투숙객들을 유심히 지켜본 홍천의 한 펜션업주가 발빠른 신고로 5명의 집단 자살을 막을 수 있었던 것처럼 숙박업주나 연탄, 화덕, 농약을 파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경제난, 가정불화 등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집단자살을 막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전문 상담 교사와 전문의 양성, 자살 기도자들을 관리할 상담센터 확충 같은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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