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에서 재미있는 연구자료를 냈습니다.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을 벗어나는 시점에 대한 관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신흥국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정말 '회복'의 기미가 보인다는 내용이 연구결과로 발표됐습니다.
1. 신흥국끼리의 교역규모 확대 효과
선진국 경제, 특히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에 목매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회복도 거의 어렵다는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런데 신흥국은 신흥국끼리 무역과 투자 활성화 덕분에 수출이 줄어드는 걸 막고 내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 1분기 브라질과 중국의 교역규모는 70억 달러로 지난해 1분기보다 12.9% 늘었습니다. 브라질과 미국의 교역규모는 오히려 19% 가까이 감소했는데 말이죠. 무너질 때엔 선진국과 함께 무너지는 커플링 현상을 보였다면, 회복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거죠.
교역 대상국을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신흥국으로까지 다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일단 좋아보이는 대목입니다. 실제 IMF 이후 신흥국과의 교역규모가 40%대에서 지금은 50%대로 올랐다고 하네요.
2. 어느 신흥국이 가장 '가능성'이 큰가
삼성경제연구소가 신흥국들의 금융위기의 충격 정도와 위기극복역량을 따져서 어떤 나라들이 가장 빨리 회복될까를 나눠봤는데요. 일단 충격 강도가 가장 적은 나라들은, 칠레.이집트.사우디.중국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두번째 강도가 적은 나라군은 멕시코.인도네시아.베트남.브라질 정도이고 강도를 조금 크게 받은 나라군은 폴란드.말레이시아.홍콩 등.. 그리고 무척 강한 충격을 받는 나라들은 슬로바키아.싱가포르.러시아.타이완.우크라이나 등이었습니다.
신흥국의 경기침체 극복 역량을 따져보면, 가장 극복역량이 큰 나라들로는 중국.브라질.싱가포르.사우디 등이고 다음으로 역량이 있는 나라군은 홍콩.인도.인도네시아.러시아 등이었습니다. 힘이 좀 떨어지는 나라군은 필리핀.베트남.칠레 등이고 역량이 최하위권인 나라들은 타이완.우크라이나.슬로바키아.터키.멕시코 등이었습니다.
종합해보면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고 역량이 큰 나라들이 가장 빨리 일어설 수 있다는 거죠.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중국과 사우디 등 입니다. 그 뒤로 브라질이 있죠. (사우디야 워낙 부자나라니까 빼고 가죠) 충격도 크고 역량도 떨어지는 위험한 나라들엔 슬로바키아.우크라이나.타이완 등이 분류되죠.
일단 중국과 브라질은 인구가 많습니다. 내수시장이 항상 가능성을 갖고 있죠.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938만대였습니다. 금융위기가 와도 쓸 건 쓴다는 거죠. 또 이 두 나라는 재정 건전성을 나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3. 중국, 금융위기의 최대 수혜자?
우린 지정학적 이유로라도 중국을 좀 따로 봐야 할 필요가 있겠죠. 중국은 일단 금융위기 피해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가벼운 편입니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평균 12.4% 하락했는데요, 중국 위안화는 오히려 8% 상승했습니다. 주변 식당에 중국 동포 아줌마들 많이 없어진 것... 느끼셨죠? 외환보유고도 27.3%나 늘었습니다. 성장률도 다른 나라들은 마이너스 걱정하는데 중국은 여전히 올 1분기 6.1%의 성장률을 유지했습니다.
오히려 G20 정상회의에서만 봐도 중국의 선진국의 약화된 리더십을 대신하겠다며 주도권을 과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달러를 기축통화로 쓰는 문제점을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였죠. 또 내부에 늘어난 돈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을 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고 금리인하에 대출한도 폐지를 통해 돈을 마구 풀고 있습니다.
실물경제 회복은 따라오는 수순입니다. 올 1분기 중국의 대출 증가율은 전기대비 567%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3조 위안을 풀었다고 하네요.
4. 한국이 이 혜택을 보려면...
일단 신흥국의 경기회복이 빨라지면 우리나라는 그 혜택을 볼 가능성이 상당히 큰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중국은 2008년 한국 수출의 21.7%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교역국입니다.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들수록 중국 등 회복이 빠를 것으로 보이는 신흥국에 대한 수출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자동적으로 가만히 있어도 중국 등에 대한 수출이 늘 것이다...하는 전망은 거의 말도 안되는 얘깁니다. 선진국들도 먹고 살려면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공세를 더욱 거세게 밀어부칠 겁니다. 이젠 신흥국 시장에서 선진국들과 수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거죠.
5. 전략 제안
연구소의 경제학자들은 지금 상황에서 특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중국과 브라질 등 금융위기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이 빠를 것으로 보이는 나라에 대해선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그 나라들에 생산기지를 만들어 다른 나라로 수출하던 방식을 조금 수정해, 아예 그 나라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도와 러시아 등 충격은 크지만 위기극복역량이 있는 나라들에 대해선 저평가된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하고 내수시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을 권고합니다. 특히 인도의 경우, IT가 주요 산업이었지만 타격이 컸던 만큼, 이 분야보다는 내수중심의 전통산업 분야에 투자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동유럽 국가들, 그리고 베트남 등 동남아 일부 국가에 대해선 과거 투자처로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금융위기로 후유증이 큰 만큼 조금 지켜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단 금융 산업 붕괴로 야기된 금융위기인만큼, 가급적 소비재산업과 내수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부에서도 내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해외 신흥국에서도 그 나라의 내수산업을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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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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