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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세력 변동

제3 노동운동 태동하나

지난 10일,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연맹소속 인천지하철노조가 조합원 찬반 투표로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인천지하철 노조 이상희 위원장은 투표 직후 "민노총 소속인게 환멸스러웠다"면서 극단적인 실망감을 토로했습니다.

이 위원장이 말한 계기는 이렇습니다.

1)민노총의 '파업학교'

 "단위 노조 간부들에게 파업지침을 가르쳐 주는 교본으로, 3,4년전까지만 해도 강경 파업을 주도하고, 심지어는 파업자금을 비자금처럼 빼돌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 도가 지나쳤다."

2)민노총의 추락한 위상

"최근 성폭력 사건 이후, 거리로 나가 서명을 받을 때마다 민노총 조끼를 입으면 사람들이 서명을 안 해주고 피한다."

3)실리 도외시한 강경투쟁

"조합비를 받으면서 단위 사업장의 이익은 주장하지 않고, 강경투쟁만 요구한다."

물론, 민노총은 이 위원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자사 이기주의로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상급노조의 노력을 무시하고, 보수언론과 결탁해 조직의 분열을 책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도 조합원 83.9%의 압도적인 지지로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습니다.

강용규 공항공사 노조도 민노총의 강경투쟁노선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공공부문의 사용자는 정부다. 정부와 극단적인 투쟁만 주장하는 민노총의 노선은 현실을 무시한 전략이다. 정부를 전복시킬 것인가? 사기업 노조는 투쟁해서 얻을게 많지만, 공기업 노조는 보다 현실적으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인천지하철노조는 대구와 광주 등 나머지 5개 지하철노조와 힘을 합해 독자적인 지하철노조 연맹을 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추후 다른 공기업 노조를 흡수해 민노총, 한국노총과 구분되는 이른바 '제3노총'을 창설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형태야 어찌됐든 실리를 추구하는 제3의 노동세력이 탄생하는 셈이어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제도와 맞물려 노동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노동부가 최근 조합원 2/3 찬성을 규정한 노동관계 조정법의 '규약규정 요건'이 아닌, 조합원 과반수 찬성을 규정한 노동관계 조정법의 조항을 기준으로 탈퇴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기존 양대노총의 탈퇴가 훨씬 수월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 세력의 새판짜기가 더욱 가속될 전망입니다.

올들어 진해택시와 영진약품, 그랜드 힐튼호텔 노조, 인천지하철,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등 7개 사업장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고, 이 중 3개 노조가 한국노총에 가입했습니다.

민노총은 탈퇴 러시, 한국노총은 소폭 세 확장, 아직 형태가 확정되지 않은 '제3노총'은 세규합 움직임 정도로 상황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노동운동 성격의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복수노조 환경이 갖춰지면서 온건한 실리 노선을 가진 노동운동이 자리잡고, 기존 투쟁을 이끌었던 민노총의 세가 비교적 약화되면서 전체 노동운동에서 강경 목소리가 낮아질 수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이를 뒷받침하듯, 민노총조차 위원장이 노동부 장관과 1년동안 끊어졌던 '핫라인'을 복원하는 등,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변수입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때처럼 실직자들이 쏟아져 가계의 생계가 위협받을 경우 또 다시 강경노선이 힘을 얻으면서, 세력 재편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올해 하반기를 넘겨서야 노동계 세력지도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편집자주] 김형주 기자는 현재 경제부에서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4년 공채로 입사한 김기자는 이전에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했습니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그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과 사회 부조리 등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담은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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