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의 날'…화두는 '생존'
'비상경영' 한목소리…'불황극복 힘써달라' 격려 쏟아진 주총
오늘(27일)은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111개사가 주주총회를 개회한 이른바 ‘주총데이’였습니다.
보통 배당액을 놓고 논란이나 잡음, 갈등이 있게 마련이지만, 올해 주총은 예년과는 사뭇 다른 풍경으로 전개됐습니다. 유례없는 '경제위기'가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목소리를 상당히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결같이 속전속결로 끝맺음한, 조금은 맥이 빠진 주총입니다.
2007년 삼성카드 지원문제로 무려 3시간 넘게 격론을 벌이기도 했던 삼성전자 주총은 오늘 한시간 정도만에 끝났습니다. 현대차나 SK, LG전자 등은 30분 정도에 주총은 싱겁게(?) 종료됐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 위기의식이 짙게 배어있는 분위기였고, 불만이나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위기에서 생존해나가도록 경영진을 믿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 했습니다.
어렵다보니 기업들의 배당액은 크게 줄었습니다. 현금배당의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주당 5천원(보통주 기준)으로 지난해 7천500원보다 33% 줄었고, LG전자 역시 주당 850원에서 350원으로 59% 급감했습니다.
그런데도 주주들은 기업이 불황을 잘 이겨나가기를 바란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한 주주는 "도요타, 소니같은 초우량 기업들도 적자를 내고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이런 세계적 불황속에서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며 "재무상태가 좋지 않고 경영이 어려운데 100% 배당을 주기로 결정해 경영진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일부에선 배당은 줄이면서 임원 보수 한도를 늘린데 대해 항의하는 발언도 있었지만 별 갈등없이 임원보수한도건은 승인됐습니다.
각 기업의 경영진들은 ‘생존’을 화두로 던지면서 비용절감과 내부 역량 강화, 신성장 동력 확보 등 위기를 극복하는데 전력투구하겠다 화답하듯 약속했습니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선진국 경제 등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소한 시장성장률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도록 하겠다"며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의 운영을 통해 최대한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LG전자 남용 부회장도 "침체가 올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환율이 다시 떨어질 때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주요 그룹들 오너 일가가 이사회 멤버로 임명하는 등 친청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위기상황에 직면할수록 오너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과, 어려울 때일수록 책임을 질수 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고 이는 전문경영인보다 오너 일가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이유도 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위기탈출이라는 명분 아래 총수의 친정체제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합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겸 SK가스대표이사를 지주회사인 SK㈜와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사내이사로 임명했습니다. 현대차도 정몽구 회장 측근으로 알려져있는 이정대 부회장, 양승석 사장, 강호돈 부사장을 사내 이사로 새로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주가 하락속에 12월 결산법인 689개 기업의 총 주식배당금은 8조1,823억원으로 지난해의 10조1,832억원에 비해 19.6%나 줄었습니다. 올해 배당금을 축소한 기업은 전체의 39.7%나 됐습니다. 앞서 배당금을 크게 줄였다고 언급했던 삼성, LG 등을 포함한 10대그룹의 주당평균 배당금을 봤더니 지난해에 비해 12.4% 줄었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배당금이 지난해보다 절대 규모가 작아진 것은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등의 영향인데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더 깎는 기업들도 나올 것" 이라며 "경기침체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주주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결국은 이는 배당성향이 낮아지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단 현재로선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주주총회에서 개별기업의 현안들이 묻혀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 경기가 회복돼야 주총이 조금은 더 적극적인 기업의 주인 역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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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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