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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삭감요구 거부하라!"

노사민정 '대타협안' 파기되나?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이 3천 2백개 전 소속 사업장 노조에 사측의 임금삭감 요구를 거부하라는 지침을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물론 한국노총측에서 자료를 돌렸습니다.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은 대표적으로 LG전자, SK텔레콤, 동국제강, 하이닉스 등 대기업과 다수 은행과 다수 택시 회사들입니다.

한국노총의 이런 방침은 지난달 25일 전경련 소속 30대 대기업이 최대 28%의 대졸 사원 초임 삭감을 발표한데 따른 것입니다.

일단 한국노총 측은 5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1. "전경련이 제시한 한국과 일본의 대졸초임 비교통계가 조작됐다"

우리나라 대졸 초임엔 기본급과 각종 수당, 상여금이 포함됐지만 비교된 일본 임금엔 고정상여금과 초과 근로수당이 제외돼 있다는 겁니다. 또한 원화가 강세였던 2007년 자료를 인용했다는 겁니다.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신입사원 초임은 203만 원이고, 일본은 263만 원이란게 노총의 계산입니다.

2. "신규 채용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에 노조 동의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사업장에서 전경련 발표에 따라 신규채용자 임금삭감을 명시하도록 취업규칙을 바꾸자고 노조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규 채용자는 아직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 동의가 필요없는데도 말이죠.

결국 채용하고 나서 "난 왜 받는 돈에 차별받냐"는 항의를 받게 될 경우, 모든 책임을 노조에 돌리기 위한 꼼수라는게 한국노총의 판단입니다.

3. "차별 위반에 대해 노조에 소송을 걸 수 있다"

신규 채용자가 최대 28% 임금 삭감된 돈을 받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나중에 "같은 일을 하는데 왜 난 차별받냐"는 불합리성을 지적하겠죠. 이런 모든 부담이 노조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4. "전체 노동자의 임금 삭감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신규채용자가 저만큼 받으니 너네도 낮춰 받아라...

이런 식으로 임금이 하향 평준화 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5. "노사민정 합의정신 위배다"

지난달 23일 노사민정 대타협안은 임금 문제가 아니라 고용문제였다는 거죠.

경영 여건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장에 한해 노동계가 양보할 수 있다는 건데, 아직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 제동을 걸 수 없는 신규채용자의 임금을 손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겁니다.

다음은 한국노총 강충호 대변인의 말입니다.

      "노사민정 협의 때도 '임금삭감' 표현을 끝내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기업 경영여건에 따라 임금 동결, 반납 또는 절감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문구로 결정했죠. 중요한 건 이 주체가 노동계였다는 겁니다. 노조의 자발적 실천에 따라 임금이 조정되는 것이지, 경영계가 일반적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대타협의 합의정신은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아닙니다.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입니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줄 돈을 줄이겠다는 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부터 줄인다는 건 말도 안됩니다."

      "전경련은 오히려 '합의안에 따른 임금삭감'이라고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지'라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강행'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회적 타협의 큰 판을 훼손 시키진 않을 겁니다."

이에 대한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의 말입니다.

      "일자리 나누기의 재원 마련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CEO와 임원들의 임금 삭감, 기존 노동자 임금 삭감, 신규 채용자 초임삭감이죠"

      "현재 대기업들이 인턴 채용 공고를 내고 있습니다. 이 비용은 CEO와 임원들이 반납한 재원으로 충당됩니다.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서 채용하는게 아니죠. 더더군다나 아직 채용도 안된, 앞으로 뽑을 사람에게 줄 돈을 삭감해서 채용하는 게 아닙니다. 이 돈을 삭감하면 그만큼 또 채용한다는 겁니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 삭감은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못합니다. 개별 사업장별로 노-사가 합의해야 할 사안입니다.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닙니다. 다만 노측이 주장하는 임금 삭감의 주체가 노동자라는 건 동의하지 못합니다. 어디까지나 이것도 노사간 합의 사항 아닙니까."

      "300개 기업 가운데 150개 회사가 채용 계획을 못 세웠습니다. 그나마 계획을 세운 150개 회사들도 43%가 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채용이 안되는 거죠.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찾은게 신규채용자의 초임을 삭감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기는 돈은 이들이 입사해야 생기는 돈입니다. 아직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거죠. 그리고, 이들에 대한 초임은 회사가 결정하는 사안이 아닌가요?"

      "궂이 43% 채용을 줄이도록 놔둘 수도 있습니다. 임금을 줄여가며 더 뽑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사실 채용을 하면 임금 이외에 더 많은 비용이 듭니다. 기업의 사회적 기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식을 도입하는 거죠. 솔직히 명문대 취업준비생은 초임 삭감을 억울해 합니다. 다른 쪽에서 삭감해서라도 더 뽑아달라고 하죠. 삭감률은 기업이 알아서 결정하는 겁니다."

                                               + + + + + + + + + + + + +

일단 전경련이 수세에 몰린 듯한 인상입니다. 도입 취지만 강조하고 임금을 깎는데 대해선 약간 뒤로 빼고 있죠. 한국노총도 전경련이 계속 강수를 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이런 식이면 '노사민정 대타협'의 파기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긴 했지만요.

지난 6일 노사민정 합의안의 후속조치 '이행점검단' 실무진이 구성됐습니다. 1년간 각측 대표 14명이 모여 활동합니다. 13일 첫 공식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첫 회의부터 이 문제로 불이 붙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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