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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아리랑'이란?

외국인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가 뭐냐?'란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이 떠오르십니까?

아마 많은 분이 '아리랑'을 떠올리실 겁니다.

그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리랑', 2002년 월드컵 당시 윤도현과 함께 길에서 신나게 불러 제꼈던 그 '아리랑'은 언제부터 불려졌을까요?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1926년 춘사 나운규가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사용하면서 이 노래가 유행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전엔 '아리랑'이 없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춘사 나운규가 '아리랑'을 영화 주제가로 사용했던 건 1914년 춘사가 고향 청진에서 철도 공사를 하던 노동자들이 불렀던 '아리랑'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그 곡조를 토대로 당시 단성사 악단에 부탁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랑'을 탄생시킨 거죠.

그렇다면 1914년의 '아리랑'은 어떤 형태였을까요?

1896년 미국인 선교사 호모 헐버트가 남긴 기록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헐버트는 당시 외국인 선교사가 발간하던 영문 잡지 'Korean repository'에 'Korean vocal music'이란 글을 썼는데요.

당시 널리 불리우던 '아리랑'을 오선지에 옮겨 소개합니다.



 한글 가사를 영어로 발음대로 옮겼는데요.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문경새재 박달나무는

홍두깨 방망이로 다나간다

 

인생 한 몸 도라가면

움이 나나 싹시 나나

아라렁 아라렁 아라리오

아라렁 띄여라 노다가셰

 

만경창파 둥둥 떠 가는 배야

거기 좀 닻 주어라 말무러 보자

아라렁 아라렁 아라리오

아라렁 띄여라 노다가셰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오난 날이나 일러주오

아라렁 아라렁 아라리오

아라렁 띄여라 노다가셰


 여기서 '문경새재'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헐버트가 채보한 '아리랑'은 경북 문경 지방의 '아리랑'과 가사가 통합니다.

이 이유는 1860년대로 올라갑니다.

흥선대원군은 1865년부터 68년까지 대대적인 경복궁 중건에 들어갑니다.

이 당시 영남의 모든 물자는 문경새재를 거쳐 한양으로 올라오는데요. 조정 입장에서야 '역사를 이루는 일'이겠지만, 당장 먹기 살기도 힘든 민초들에게 부역은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일이었겠죠.

또, 지역의 각종 특산물도 조정에게 수탈당하다시피 했을 것이고요. 그런 恨이 이런 가사를 낳았다고 합니다.

대원군은 공사 기간 동안 일꾼들을 위로하기 위해 저녁마다 놀이패, 광대 등을 불러 각종 공연을 열었다고 하는데요.

이 때 가장 인기있었던 게 이 '아리랑'이라고 하네요.

원래 '아리랑'은 정선 지방의 '아리랑'이 원조라고 하는데요.   

이런 과정을 통해 8도로 퍼져나갔고, 심지어는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도 이 곡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리랑'이란 말의 뜻은 뭘까요?

이번에 새삼 궁금해졌는데, 선뜻 떠오르는 답이 없더군요.

그럴 수밖에 없는게...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민요이면서도 아직까지 이 단어의 어원에 대한 정설은 없습니다.

몇가지 유력한 설을 소개하면... 조선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자 고려의 충신 7명이 강원도 정선에 은거하면서 '누가 내 마음을 알리오'라고 읊었던 말 가운데 '알리'가 3음절로 변해 '아라리'로 다시 '아리랑'이 됐다는 설이 있고요.

'아리랑'을 '아리'+'랑'으로 풀이하고, '아리'는 한강의 옛말 '아리수'에서 볼 수 있듯 '크다'의 의미, '랑'은 고개를 뜻하는 말 '령'이 변한 말로 봐서 '아리랑 = 크고 높은 고개'로 보는 설이 있습니다.

고개라는 곳이 이별의 장소이므로 자연스레 '恨'이 담긴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또 한편으론 한자의 음을 번역한 것이라며 '낭군을 사랑합니다'란 뜻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아리랑'을 악보로 정리한 헐버트는 '아리랑은 한국인에게 일상 생활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과 같은 비중을 가진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즉흥곡의 명수라며, 후렴은 정형화돼있지만, 부를 때마다 톤이 달라지고, 자신의 상황에 맞춰 가사를 바꿔 부르는 워즈워드나 바이런 못지 않은 시인들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즉흥곡, 상황에 따른 자유로움...재즈와도 통하는 부분이죠.

그런만큼...'아리랑'은 그때그때에 맞게 재해석되고 변주됐음 좋겠습니다.

2002년 윤도현의 락 버전이 나왔듯...또다른 락 버전, 재즈 버전, 전통 국악 버전...그런 다양한 '아리랑'이 끊임없이 나오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보도국 문화부의 젊은 피, 유재규 기자는 종교계와 대중문화, 문화재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5년 SBS에 공채로 입사한 뒤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 기자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시선으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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