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사용자, 민간과 정부 등 '노사민정'이 지난 23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타협'을 이루었습니다. 이날 SBS 뉴스는 '대타협'의 초점이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유지와 나누기'에 맞춰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고통분담이 대타협의 기본 조건이라는 설명입니다. 오늘 뉴스비평은 노사민정이 고통을 어떻게 분담키로 했는지를 SBS 뉴스를 통해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SBS 뉴스는 이날 대타협의 방향에 대해, 기업은 고용 유지를, 노조는 임금 절감을, 그리고 정부는 지원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얼핏 보기에 균형이 잡힌 협상, 곧 주고받기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뉴스에 따르면 노동계는 임금을 동결 또는 반납하거나 절감하기로 했고, 경영계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자제'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희망퇴직을 활용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임금 절감에 대한 노동계의 약속에는 조건이 달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용 유지에 대한 기업의 약속에는 조건이 달려 있습니다. 구조조정하지 않아도 견딜 만 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다시 말하면 해고를 자제하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구조조정, 곧 해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 SBS 뉴스는 임금 절감 내용에 대한 노사 간의 해석이 서로 달라 실천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뉴스는 또 대타협에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민주노총은 참여하지 않은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같은 우려는 대타협 이틀 만에 현실화되었습니다. 25일 뉴스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을 최고 30% 가까이 깎기로 결의했습니다. 그러자 노동계는 대타협의 정신을 재계가 일방적으로 훼손했다며 반발했습니다. 특히 민주노총은 재계가 일자리 나누기를 핑계로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양산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뉴스는 연공서열 위주의 고임금구조를 이번 기회에 개선하겠다는 것이 재계의 구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입사원 임금 삭감이 전반적인 임금 하향조정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대타협이후 전개된 상황은 경제위기로 인한 고통이 공평하게 분담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계는 무슨 고통을 어떻게 분담하는지가 분명치 않을 뿐만 아니라 임금 삭감으로 마련된 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계획조차 내놓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대타협에는 처음부터 비정규직과 실업자들을 위한 자리가 없습니다. 이들은 기부와 자원봉사, 나눔 문화 등 구호활동의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을 뿐입니다. 대타협을 보도하는 뉴스는 대타협의 기본인, 고통의 분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지난 주 SBS 뉴스에는 흥미로운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예비 공익요원들끼리 좋은 근무지를 사고파는 거래, 북한 주민이 6.25때 월남한 아버지의 유산을 나눠달라고 낸 소송, 아시아 각국의 전통악기들로만 구성된 아주 특별한 오케스트라 등입니다. 공익요원들의 좋은 근무지 거래는 법망의 빈틈을 파고드는 인간의 두뇌회전이 어디까지 이르렀나를 보여줍니다. 월남한 아버지의 유산 분할을 요구한 북한 주민의 소송은 남과 북이 딴 나라가 아니라 하나라는 인식을 상징하는 사건으로서 한국 법원이 이에 대해 어떻게 판결할지 주목됩니다. 아시아 전통악기들의 오케스트라에 대해 SBS 뉴스는 “개성이 강한 전통악기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독특한 화음의 세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서양음악이라는 통념에 대해 도전하면서, 한편으로는 오케스트라의 지경을 넓혀가는 전통악기들의 화음에 대한 보도에 박수를 보냅니다.
서울대가 이른바 '지역균형 선발'로 뽑은 학생들이 수능성적으로 입학한 일반 학생들보다 졸업성적이 더 좋았다는 것도 의미 있는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24일 뉴스는 학생들의 4년간 학점을 분석한 결과 지역균형 선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모집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지역균형 선발은 서울대가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을 뽑기 위해 정원의 4분의 1 정도를 모집 1단계에서 교과 성적으로만 뽑는 선발방식입니다. 뉴스는 이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며,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임하는 이 학생들의 성향이 대학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 것이라는 서울대 교무처장의 설명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가 능력은 있지만 환경 때문에 평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떤 배려를 해 왔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앵커의 마치는 말이 핵심을 더 잘 파악한 듯합니다.
지방 중소도시의 여고를 나와 '지역균형 선발'로 서울대에 입학했던 한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수능점수 얘기를 하기가 조금 부끄러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4년 뒤 국사학과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서울대의 졸업성적 분석은 고액 과외수업으로 좋은 수능성적을 얻은 학생과 이름 없는 고등학교에서 자력으로 공부한 학생이 대학에서 경쟁할 때 누가 더 앞설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언론의 높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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