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관련법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 직권상정됨에 따라 법 통과까지 어떤 과정을 밟게 될지 주목된다.
고흥길 위원장은 25일 여야간 첨예하게 대립했던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디지털TV전환법, 사이버모욕죄(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 등 미디어관련법 22개를 일괄해 직권상정했다.
한나라당은 최대한 협상을 통해 미디어법을 상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이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여야 대화와 토론을 통한 법안 처리는 불투명해 졌다.
이에 따라 상임위 직권상정에 이은 본회의 직권상정, 3월 여야.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대토론회 개최, 또는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2월 임시국회 처리 등이 후속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어떤 형태로든 법안에 대해 여야간 토론이 시작된다면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지분보유 허용비율(방송법)과 반의사불벌죄 조항(사이버모욕죄) 등 야당이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는 규정은 수정될 여지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본회의 직권상정 = 현재로서는 가장 확률이 높아 보이는 수순이다.
민주당은 직권상정 이후 26일 오전까지 문방위 회의장을 점거한 채 모든 일정을 거부하고 있어 더는 상임위 차원의 토론이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3일 미디어법이 발의된 이래 석 달 가까이 돼서야 직권으로 법안이 상정됐다. 이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3월3일까지 2월 임시국회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토론에 의해 미디어법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본회의로 직권상정이 된다 하더라도 그전까지는 최대한 대화와 토론을 촉구해 명분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26일에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해 놓고 소속 의원끼리 모여 상임위 안건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후 2월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전체회의를 소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빨리 점거를 풀고 정상적인 회의가 되도록 해야지 발목만 잡고 있으면 안된다"며 "계속 의사일정을 방해하는 것은 직권상정의 빌미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민주당이 계속 실력저지에 나서 정상적인 회의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의장은 냉각기간을 거친 후 심사기일을 지정하고, 고흥길 위원장의 상임위 직권상정에 이어 한 차례 더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가능성이 크다.
◇3월 국민토론후 처리 = 그러나 미디어법의 상임위 상정에 이어 곧바로 본 회의 직권상정을 거론하기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5일 고 위원장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함에 따라 26일 오전 6시를 기해 2차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반발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으로서는 민주당 뿐만 아니라 미디어법에 반대하는 일부 방송과 시민사회단체를 최대한 설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민주당은 최근 미디어법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만들어졌다며 친여성향의 뉴라이트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었다.
물론 한나라당은 국회 내에서 미디어법을 논의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지만 상정시기를 정하고, 토론의 형식 및 시기 등을 여야가 조정한다면 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한 민주당을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도 이 방법이 유효할 것이라는 게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2월 임시국회 처리 = 이번 임시국회 만료까지 5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미디어법은 이미 지난해에 발의돼 여야 의원들이 충분히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두 달간 전체회의를 열 때마다 미디어법의 상정을 놓고 여야간 공방을 벌이면서 사실상 토론도 거칠 만큼 거쳤다.
법안처리까지 내용에 대한 토론보다는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당장이라도 상임위를 가동하고 법안소위에서 축조심의를 거쳐 처리하면 된다.
민주당으로서도 계속 미디어법 처리를 저지하다 최악의 경우 본회의로 직권상정되는 것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민주당이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법제사법위로 넘겨 다시 기회를 엿보는 게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정 가능한 조항은 = 만약 우여곡절 끝에 여야간 대화가 이뤄진다면 방송법과 사이버모욕죄 등의 일부 조항은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순수하게 미디어법을 분류한다면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디지털TV전환법 등 4개로 좁혀진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한 방송법으로 귀결된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안은 20%까지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터놨다. 바로 이 때문에 민주당은 대기업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우려를 제기하는 부분은 방송법 개정을 통해 MBC 등을 민영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수차례 "MBC와 KBS2를 민영화 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데다 자산규모 10조원에 달하는 MBC에 2조원 가량을 들여 진출하려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지상파 보유지분을 20%, 15%, 10%로 두든 또 없애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수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렇게 미디어법을 제외한 법안 중 사이버모욕죄에서는 친고죄인 모욕죄를 피해자의 고소 없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둔 게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최진실씨 자살이나 미네르바 사건 등을 계기로 인터넷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학설에 따라서는 친고죄의 고소는 소추요건일 뿐 수사요건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여야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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